▲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근로감독이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감독이 줄어드니 덩달아 최저임금법 위반 적발·처벌 건수도 감소했다.

노동부가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 노동현장에는 최저임금 위반 풍토가 만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노동부가 감독을 줄인 기간에 최저임금 위반 피해자들이 스스로 먼저 신고하는 사례가 폭증했다. 최근 노동부가 다시 감독을 강화하자 자진신고는 감소했다.

<매일노동뉴스>가 16일 참여연대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입수한 노동부 ‘최저임금 위반 지도감독 현황’과 ‘최저임금 위반 신고사건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가 2008~2016년 실시한 최저임금 감독 대상 사업장은 2000년 후반과 2010년대 초반에는 2만곳을 항상 넘었지만 박근혜 정부 때는 1만3천곳까지 줄어들었다.

최저임금 감독 사업장
2만5천곳에서 1만3천곳으로 '뚝'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최저임금 감독 대상 사업장은 2만4천915곳이었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2만5천505곳으로 늘었다. 2010년 2만151곳으로 감독 대상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항상 2만곳 이상을 유지했다. MB정부 말기인 2012년에도 2만1천719곳을 감독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최저임금 감독 대상 사업장이 1만3천280곳으로 확 줄어들었다.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1만6천982곳과 1만9천791곳으로 조금씩 늘었지만 2만곳을 넘지 않았다.

최저임금법 위반 적발·처벌 건수도 같이 줄었다. 노동부 감독으로 적발된 최저임금법 위반 업체는 2009년 1만4천896곳, 2011년 1만3만167곳, 2012년 8천93곳으로 1만곳 안팎이었다. 반면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5천467곳으로 내려앉은 후 2014년 1천577곳, 2015년 1천432곳으로 급감했다. 2009~2011년과 비교한다면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최저임금법 위반 적발건수도 2009년과 2011년 1만5천625건과 1만4천718건에서 2013년 6천81건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1천645건과 1천502건으로 곤두박질쳤다. MB정부 말기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에는 위반 사업장과 위반 적발건수가 각각 2천1곳과 2천58건으로 2015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노동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기조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자진신고 2012년 620건에서
이듬해 1천100건으로 급증


감독이 줄자 피해 신고가 급증했다. 노동부의 근로감독 방기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저임금 위반 피해자들의 자진신고 건수는 2008~2012년 600~750건 안팎에 머물렀다. 그러다 노동부 감독이 급감했던 2013년 처음으로 1천건(1천101)을 돌파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1천240건과 1천625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노동부가 지난해 감독을 강화하자 자진신고 건수는 다시 1천496건으로 감소하면서 증가세가 주춤했다. 노동부 감독 횟수와 피해자 자진신고 횟수가 반비례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저임금 자진신고 증가에는 최저임금 적용자가 늘어나고,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신고시스템이 간편해진 이유도 있다. 그럼에도 노동부 감독과 자진신고가 뚜렷한 연관관계를 보이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근로감독이 줄었지만 사법처리 수준은 예전보다 강화되는 추세다. 2010년 전후에는 최저임금법 위반 적발건수가 1만건이 넘었는데도 사법처리 건수는 6건(2009년)에서 최대 11건(2011년)에 불과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적발건수가 2천건 안팎인데 사법처리 건수는 19건과 17건으로 이전보다 많아졌다. 자진신고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도 예전에 비해 늘었다. 2012년까지는 360~480건에 머물렀지만 2014년 800건(880건)을 넘어선 후 지난해에는 900건(896건)에 육박했다. 절대적인 사법처리건은 여전히 낮다.

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소극적이고 처벌 수위도 낮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자진신고 사건이 증가한다는 것은 노동자의 최저임금 관련 시정·처벌 수요와 요구를 근로감독이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적은 근로감독과 낮은 수위 처벌은 사업주에게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적은 근로감독·낮은 수위의 처벌
최저임금법 안 지켜도 된다는 인식 심어


노동부는 최근 정치권과 사회 안팎의 비판을 의식해 최저임금을 포함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노동부는 2013년에 근로감독을 줄인 배경을 근로감독관 부족으로 돌렸다. 노동부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에는 근로감독관 대비 감독 대상이 너무 많아 수량을 채우기 위해 감독을 소홀히 한다는 속칭 ‘물량 때우기 식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었다”며 “감독 내실화를 꾀하자는 차원에서 대상 사업장을 줄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최저임금 감독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많아 다시 감독 사업장을 늘리고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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