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제 ‘기억식’이 열리는 화랑유원지까지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대선후보들이 16일 안산 세월호 분향소에서 열린 3주기 추모제 ‘기억식’에서 안전사회 건설을 약속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전명선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정기훈 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세 번째 맞은 4월16일. 3년 전 그날처럼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시민 2만여명이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을 맞으며 정부합동분향소가 위치한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로 모였다. 모자와 가방·옷·손목에 노란리본을 달고 약속했다. “그날을 기억하고 또 기억하겠으니 제발 돌아와 달라”고.

◇“미수습자, 기다리겠습니다”=이날 정오가 지나자 노란리본과 노란풍선을 든 사람들이 안산 중앙역에 삼삼오오 모였다. 단체 봄소풍이라도 가듯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부터 친구들과 동행한 학생들, 손을 맞잡은 노부부도 보였다. 오후 1시가 되자 시민들은 안산 정부합동분향소까지 5킬로미터를 걷는 ‘안산 봄길행진’을 시작했다.

김원석(54)씨는 봄길행진에 함께한 14살 아들에게 3년 전 그날의 참상을 들려줬다. 제주도로 수학여행길에 오른 학생들과 여행에 나선 가족들, 일자리를 구하러 간 사람들까지. 김씨는 “세월호 속에는 우리 이웃이 있었다”며 “그들을 기억하는 오늘 이 행진에 네가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씨가 “304명이나 목숨을 잃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자,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아들의 표정이 금세 굳어졌다.

봄길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단원고 앞에서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불렀다. 은화·다윤이·현철이·영인이·양승진 선생님·고창석 선생님·이영숙씨·권재근씨 그리고 아들 혁규.

그리고 약속했다. “기다리겠다. 빨리 돌아오라.” 몇몇 시민들은 끝내 눈물을 훔쳤다. 김가진(29)씨는 “(세월호 참사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지났다”며 “세월호가 인양된 것 외에 달라진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수습자 9명이 어서 돌아오길 바란다”며 “304명의 목숨을 앗아 간 세월호의 진실이 하루빨리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산 시민들은 행진대열이 지나갈 때마다 격려와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일부 시민들은 달걀을 나눠 주며 “힘내시라”고 외쳤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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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 한목소리로 진실규명 약속=안산 중앙역과 안산역·와동체육공원에서 출발한 행진대열이 정부합동분향소에 이르자 본행사인 기억식이 진행됐다.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2만여명의 시민들은 4월16일을 추모의 날이 아닌 기억의 날로 정하고,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전명선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기억식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 위원장은 “국민은 3년간 침몰의 진실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지만, 침몰 증거를 찾기 위한 수사당국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며 “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수습자를 수습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슬픔의 터널을 꿋꿋이 걸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대선후보들은 기억식에 참석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미수습자 아홉 분을 반드시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내 드리겠다”며 “새 정부는 2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진실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희생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없다”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다시는 잔인한 4월이 없도록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세월호를 외면하고서는 대한민국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며 “2기 특조위는 물론 특별검사라도 세워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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