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 ‘생명 존중 안전 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인 한혜경씨의 손을 잡고 있다. 정기훈 기자

19대 대통령으로 당선할 가능성이 높은 주요 후보들이 안전업무 외주화를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 개정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대선후보들은 민주노총과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생명 존중 안전 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 잇따라 참석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생명안전 책임은 개인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 있다"며 "시민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방향이라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개인이 위험을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국가 역할은 앞으로 더 커져야 한다"고 호응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 ‘생명 존중 안전 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얘기를 듣고 있다. 정기훈 기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노동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식의 생각을 확산시켜 온 기득권 세력과 체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동 민중연합당 후보는 "사람보다 돈을 앞세우지 않고, 생명이 기업이윤보다 소중히 대접받고, 안전이 효율보다 우선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1천700만 촛불시민들의 염원을 현실화시켜 나가자"고 했다.

"국민 생명보호와 안전 최우선"

약속식에 참석한 대선후보들은 "국민의 생명보호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서명지를 행사 주최측에 전달했다. 대선후보들의 약속은 공약으로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들 단체들이 앞서 이날 오전 연 토론회에서는 각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참석해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 관련 방안을 내놓았다. 토론회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됐다.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 ‘생명 존중 안전 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은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제도개선과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만들고 하청노동자·특수고용 노동자처럼 원청 사업자의 사업수행에 영향을 받는 모든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도록 법상 근로자 개념을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산안법을 개정해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그는 "중대재해와 산재다발 사업장의 민·형사상 책임을 강화하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권 의원은 "시민·사회단체가 강조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에 동의한다"며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산재사고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최저임금법 위반·임금체불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는 등 노동인권과 노동복지를 강화하겠다"며 "대중교통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근로환경 개선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선동 민중연합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 ‘생명 존중 안전 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얘기를 듣고 있다. 정기훈 기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규제프리존법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정신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인데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협상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기업이 안전관리·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거나 산재예방조치를 소홀히 해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을 경우 기업을 강력히 처벌하도록 하는 한국판 기업살인처벌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규 민중연합당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전 의원)은 "국가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안전업무 외주화를 금지하자는 대책에 공감하지만 기존의 낡은 질서를 담당해 온 기득권 세력을 철저히 처벌하지 않고서는 현실화하지 못한다"며 "박근혜 한 명 끌어내리려고 촛불을 들지 않았다는 민중의 외침을 되새겨 낡은 세상을 바꾸고, 적폐세력 부역자를 응징·처벌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 안전공약 미흡 비판

노동계는 안전 관련 공약 부재를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매년 2천400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사회적 논의나 제도개선 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대선후보들은 산재 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공약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는 "사고가 일어나면 정부는 사고수습과 피해대책을 마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끝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하곤 한다"며 "탐욕스러운 기업을 퇴출시키는 등 철저한 재발방지로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피해 회복이자 피해자의 권리를 세워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문대 변호사(민변 사무총장)는 "생명안전과 관련한 업무는 정규직 직접고용을 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정부는 기업의 법 위반을 강력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하청노동자가 산재를 당할 경우 원청이 사고 책임을 지고, 위험업무와 시민안전 업무는 원천적으로 외주화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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