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과 특수고용 노동자를 합하면 우리나라 비정규 노동자는 1천110만명에 이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양극화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각 정당 대선주자들이 일자리·비정규직 공약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다.

이들의 공약은 비정규직 해법을 제대로 담고 있을까.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비없세)가 11일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의 일자리·비정규직 공약을 분석해 발표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구체적인 해결방안도 없다고 혹평했다.

비없세는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비정규직·나쁜 일자리에 대한 △심각성 인식 △원인 분석 △법·제도 판단 △공약 실현 가능성 △공약 실현 신뢰성 등 5가지 기준으로 분석해 상·중·하로 평가했다.

◇문재인·안철수, '중간' 평가 받아=‘심각성 인식’에서 가장 높은 ‘상’을 받은 대선후보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김선동 민중연합당 후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중’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하’였다. ‘실현 가능성’에서는 ‘중상’을 받은 심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중’에 그쳤다. 일자리·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지만 해법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청년실업·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등 국가위기의 근본원인을 좋은 일자리 부족으로 분석하고, 공공부문 81만개·민간부문 50만개 일자리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상시업무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동일노동 동일임금 △특수고용직 노동 3권 보장을 제시했다. 안철수 후보는 비정규직 양산 억제를 위해 직무형 정규직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청년을 대상으로 5년 한시적 고용보장을 실시하고 취업한 청년에게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을 보장하는 내용도 내놓았다.

비없세는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다”며 “참여정부에서 만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비정규직 양산법이었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나 대안 마련이 없다”고 비판했다. 모든 평가에서 ‘중’ 이하를 받은 안 후보에 대해서는 “직무형 정규직이 짝퉁 정규직 또는 중규직이라고 비판받는 무기계약직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설명이 없다”며 “안 후보의 공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 발표한 공약보다 못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중하’ 심상정 ‘중상’=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공약 1순위로 제시한 유승민 후보는 △비정규직(간접고용 포함) 사용 총량제 도입 △정규직 전환 중소기업 4대 사회보험료 국가 지원을 약속했다. 비없세는 “비정규직 양산을 막는 의미 있는 조치”라면서도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실현 신뢰성’에서 가장 낮은 ‘중하’를 받았다.

심상정 후보는 ‘실현 신뢰성’에서 원내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상’을 기록했다. 나머지 분석 기준에서도 모두 ‘중상’ 이상이었다. 심 후보는 △고위 임직원의 임금을 공공부문은 최저임금의 10배, 민간기업은 30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최고임금법 도입 △하청노동자 임금을 원청 정규직의 80%로 인상 등을 공약했지만 사내하청·특수고용 노동자, 원·하청 불공정거래 관련 공약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김선동 후보는 ‘심각성 인식’과 ‘법제도 판단’ ‘실현 신뢰성’에서 ‘상’을 받았지만 원내 의석이 없는 정당으로서 공약 제도화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됐다. 노동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홍준표 후보는 '실현 가능성'에서만 ‘중’을 받고 나머지 모든 분석 기준에서 ‘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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