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내놓은 대책은 낙제 수준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권을 비롯한 각 당 대선후보들 역시 종합적 분석에 기초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일자리 확대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4차 산업혁명, 기존 일자리 대책 전면수정 요구

한국노동경제학회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청년일자리 정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시대가 급변하고 있으나 일자리 대책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은 전근대 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나 정치권이 내놓은 일자리 정책·담론 역시 상상력 고갈로 새로운 것이 없고 이해관계에 따라 파편적으로 제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제시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단축과 청년고용할당제 같은 대책은 수차례 반복돼 제안됐다. 일부 실행되기도 했으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했다.

권 교수는 특히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와 기술을 대체하고 비전형근로 확산으로 전통적 근로계약과 노동시장 제도 변화가 불가피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 일자리 대책에 대한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7대 핵심과제로 △기술혁신 대책 △정책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사회안전망 향상 △지구화와 자본이동 대응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근로시간 대책을 주문했다.

권 교수는 “세계경제포럼 경쟁력보고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상태가 경쟁국에 비해 매우 취약한 상태”라며 “변화하는 정보기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최신기술의 적용 가능성이나 기업 단위 기술흡수 능력이 현저히 낮다”고 우려했다.

사회안전망도 취약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비용 지출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4%에 불과했다.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한 데다 효율성도 떨어졌다.

청년일자리 위한 4차 산업혁명 필요

권 교수는 각 정당 혹은 대선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중심으로 청년일자리 창출 7대 핵심과제의 정책수준을 5점 척도로 평가했다. 기술혁신과 사회안전망 분야만 3점을 받았고 나머지 항목은 0~2점 수준에 그쳤다. 35점 만점에 총점이 11점이었다.

그는 “대선후보들은 기술혁신과 사회안전망 강화 분야에서는 중간 수준 정도의 공약을 발표했다”며 “그러나 입법·행정의 불일치 해소 같은 정책 안정성 제고방안이나 세계적인 자본이동에 대응하는 대책이 전혀 없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나 효율화, 근로시간 대책 마련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이어 “정부정책과 노사관계 불안정성, 자본의 해외 이동이 양질의 일자리를 유출하거나 감소시키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 부재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남아 있는 일자리의 질마저 악화시키고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나 정치권이 내놓는 대안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을 따라잡기는커녕 오히려 산업화 사회로 후퇴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마저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인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도 이날 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청년일자리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그간 학계와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기술혁신 논의와 청년일자리 논의를 따로따로 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이제는 고용이슈에서도 핵심인 청년일자리 문제를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풀려는 융합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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