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구속과 5·9 장미대선을 이끌어 낸 촛불민심이 바란 것은 '적폐 청산'이었다. 그렇다면 노동부문에는 어떤 적폐가 쌓여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노동문제 전문가 82명에게 주관식 설문조사로 "노동적폐는 어떤 게 있나"라고 물었더니 "노동 3권 실종"이라는 응답이 돌아왔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사용자와 협상하고 파업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헌법이 제정된 지 69년째인데도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 10명 중 4명 “노조 만들기조차 어려워”
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 제한은 노동적폐 2·4위


이메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 82명의 전문가들이 응답지를 보내왔다. 교수·연구자 40명, 공인노무사 25명, 변호사 17명이 답했다. 전문가들은 주관식 질문에 총 265개의 답변을 적었다.

10일 <매일노동뉴스>가 전문가 답변을 35개 주제로 재분류해 보니 ‘노조 만들기 어려운 제도’가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응답자의 41.5%인 34명이 지목했다. 2위는 29명이 답한 단체행동권 제약(35.4%), 3위는 비정규직 남용과 확산(28명·34.5%)이었다. 4위는 단체교섭권 보장 미흡인데 26명(31.7%)이 꼽았다. 노동기본권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답변이 1~4위에 포함된 것이다.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법·제도를 노동적폐로 본 전문가가 4명인 것을 고려하면, 전문가들이 노동 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 대다수가 언급한 국제기준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을 강조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다.

5위는 고용노동부·노동행정이었다. 22%인 18명이 노동적폐로 지목했다. 노동자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노동부가 청산해야 할 적폐로 지목당한 것이다. 사용자 편향적인 노동법·제도는 13명(15.9%)이 지적해 공동 8위에 올랐다. 노동부와 노동행정·제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불신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6위와 7위는 지나친 저임금(15명·18.3%)과 세계 최고의 장시간 노동(14명·17.1%)이었다.

또 다른 공동 8위는 노동·노조에 대한 배제·비하·적대감이었다. 전문가 13명(15.9%)이 꼽았다. 10위는 기업별노조 중심체계(11명·13.4%)였다.

필요한 대선공약 1위는 비정규직 대책
노동 3권 보장은 4·5위


전문가들에게 “대선공약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노동공약”도 질문했다. 주요 노동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공약이 앞 순위에 반영됐다. 전문가들이 직접 쓴 231개의 주관식 답변을 33개 주제로 나눴다. 1위는 비정규직 대책(39%)으로 32명이 지목했다. 2위와 3위는 저임금 해소(23명·28%)와 노동시간단축(22명·26.8%)이다.

4위는 노조 만들 권리 보장(21명, 25.6%), 공동 5위에는 단체교섭권 보장과 단체행동권 보장이 이름을 올렸다. 19명(23%)이 답변했다.

초기업노조 체계 확립 및 단협효력 확장은 7위(15명·18.3%), 양질의 일자리 창출(9명·11%)은 8위였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자 이익대변 제도 강화는 각각 8명(9.8%)이 응답해 공동 9위를 차지했다. 노동·노조 존중하는 사회(7명)는 11위였다. 사회적 대화체제 개편 및 강화, 노동부와 관련 기관 개혁·개편(6명)은 공동 1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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