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콜센터를 위탁운영하는 LB휴넷이 현장실습생에게 상품 판매를 독려한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1월 실적압박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LB휴넷 현장실습생 홍수연(19)양은 해지방어부서(세이브팀)에서 근무하면서 영업실적에 따라 실적급을 받았다. LG유플러스 상품판매 실적도 영업실적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원에게 영업을 강제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으로 금지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36조에 규정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에는 "부당하게 자기 또는 계열회사 임직원으로 하여금 자기의 상품이나 용역을 구입 또는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행위"가 들어가 있다.

"상품판매 영업 모든 부서에서 이뤄져"

2014년 LB휴넷 전주센터에서 일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아무개(30)씨는 “여긴 고객센터가 아니라 거대한 영업조직”이라는 유서를 남겼다. 이씨와 홍양은 모두 영업 부서에서 근무하지 않았지만 상품판매 영업을 했다. 이씨는 민원팀에서 일했다. 인터넷·IPTV 등 LG유플러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민원을 처리했다.

이씨도 홍씨처럼 고객이 가입하지 않은 회사 상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업셀링(추가판매)을 했다. 이씨는 유서에서 “고객센터에 단순문의를 하는 고객에게 인터넷 전화, 맘카(홈 CCTV) 등 상품판매를 강요했고 목표 건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퇴근을 하지 못했다”며 “목표건수는 회사에서 강제로 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품판매는) 모든 부서에 해당된다”는 말도 남겼다.

홍양이 근무한 세이브팀은 서비스 이용 해지를 희망하는 고객을 설득하는 업무를 하는 부서다. 그런데 매일 팀별로 판매할 상품이 할당됐다. 상품을 팔지 못할 경우 직원들은 퇴근을 하지 못하고 남아 이른바 ‘나머지 공부’를 했다. 영업을 잘하는 직원의 멘트를 녹취한 자료를 반복해서 들으며 연습하는 걸 공부라고 한다.

딜라이브 과징금 부과 유사사례 있어

고객상담 업무를 하는 민원팀과 세이브팀 상담원이 상품판매 영업을 하면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될 공산이 크다. LG유플러스 자회사인 LB휴넷이 상담원들에게 모기업 상품을 판매하라고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거액의 과징금을 낸 사례도 있다. 공정거래위는 지난해 12월 협력업체에 케이블방송과 인터넷 가입자 유치 목표를 할당하고 임의로 수수료를 깎은 이유로 딜라이브(옛 씨앤앰)에 2억5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거래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원청인 LG유플러스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고객센터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LB휴넷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박장준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고인이 했던 업무는 상담이었는데 LB휴넷은 상담원에게 일·주·월 단위로 상품판매를 요구했다”며 “들어오는 민원을 처리하는 인바운드 상담직에게 조직적으로 상품 판매를 강요한 건 명백하게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 서울사무소 관계자는 “콜센터에서 영업을 전담하지 않는 사원에게 판매를 강요하는 건 공정거래법 위반일 수 있지만 영업업무 분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개별 사건으로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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