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한국금융안전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부실기업과 낙하산을 내려보내려는 금융당국의 이해관계가 맞닿은 결과예요. 정황으로 봤을 때 사실상 모의한 걸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최근 회사가 단행한 회사 정관 개정을 두고 이동훈(45·사진) 금융노조 금융안전지부 위원장이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안전은 1991년 국책·시중은행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회사다. 현금호송이 핵심 업무다. 그런데 2014년 CD밴 업체인 청호이지캐쉬가 지분률 37%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이동훈 위원장은 “부실기업인 청호이지캐쉬가 회사 대주주가 된 후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9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단행된 정관 개정이다. 정관 개정에 따라 한 명이던 상임이사는 “1명 이상”이 됐고 비상임이던 감사는 상임이 됐다.

지금 서울 대방동 금융안전 빌딩에는 ‘붉은 빛’이 넘실대고 있다. 지부가 정관 개정 이후 1층에 설치한 붉은 빛 천막농성장 때문이다. 출입구와 벽면에 붉은색 피켓을 붙였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30일 오전 지부 사무실을 찾아 이 위원장을 만났다. 3일 오후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이 위원장은 “94년 노조 설립 이후 총력투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합원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부실기업의 경영권 장악과 정부의 관치 시도를 반드시 막아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정관 개정이 왜 문제가 되나.

“청호이지캐쉬는 부실기업이다. 2015년 당기순손실 25억원을 기록했으며, 그해 부채비율은 300%에 이른다. 반면 금융안전은 퇴직금 충당금을 제외하면 부채가 사실상 없는 회사다. 초창기와 2015년을 제외하고는 흑자경영을 이어 가고 있다. 정관 개정은 회사 재무구조를 감안했을 때도 잘못된 일이다. 지난해 회사가 거둔 영업이익은 3억원 정도인데 정관 개정으로 임원들 인건비가 4억원 정도 늘게 됐다. 직원들의 60%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 금융당국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정부의 경영 개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행정자치부 출신 관료가 두 번이나 대표를 맡은 적 있다. 우리은행(지분율 15%)이 민영화되기 전에는 공적자금을 핑계로 간섭해 왔다. 정관 개정에 따라 차기 대표상임이사에 금융감독원 고위 관료가, 상임감사에는 행정자치부 출신이 내려오는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명백한 관치다. 정관 개정으로 생긴 또 다른 상임이사는 청호이지캐쉬측에서 맡게 될 것이 뻔하다. 앞서 얘기했듯 정관 개정으로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인건비가 발생한다. 주주이익에 반하는 일이다. 15%가량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시중은행 주주들이 찬성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정관 개정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주주들이 어느날 갑자기 동시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합리적으로 금융당국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최근 금융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입장 표명을 요구한 상황이다.”

- 정관 개정 이후 청호이지캐쉬측의 움직임은 어떤가.

“7일 이사회가 열린다.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사장을 상임이사로 선출하기 위한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 부의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시주총 때까지 시중은행 주주들을 만나면서 설득할 것이다. 이사회 당일 집회 등을 통해 안건 부결을 추진하겠다.”

- 향후 계획은.

"매출이 100억원대인 회사가 500억원대 회사의 대주주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시중은행 주주의 경우 각각 100억원대의 매출 기여도가 있지만 청호이지캐쉬는 전혀 없다. 청호이지캐쉬는 대주주가 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차입했다.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챙기면 언제든 떠나려 들 것이다. 그들을 기업사냥꾼으로 보는 이유다. 회사 생존권, 조합원 고용권이 걸린 문제다. 우선 이사회 저지 투쟁에 집중한 후 여의치 않으면 금융노조와 대국회 투쟁에 나설 것이다. 청호이지캐쉬와 금융당국의 경영권 장악 시도를 반드시 막아 낼 것이다. 현재 구조로는 지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장기 비전을 갖고 우리사주조합 운동도 활성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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