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1963년 11월5일 제정돼 37개 조문으로 시행됐다. 근로기준법에서 분리된 뒤로 조문 확대(129개)뿐만 아니라 50년 이상 법 개정 과정에서 보험재정과 급여체계의 합리화, 업무상재해 기준 확대, 근로복지공단의 효율화가 이뤄졌다. 최근의 변화는 민주노총이 빠진 채 이뤄진 2006년 12월13일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따른 법안 전부개정이었다(2007년 12월14일 법률 제8694호, 시행 2008년 7월1일).

현행 산재보험제도는 "공정하고 신속한 보상을 통한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이념을 달성하기에 여전히 미흡하다. 산재보험법 개정과 제도 정비에 대한 몇 가지 개선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일단 적용범위 확대 문제다. 요양급여와 휴업급여 범위를 ‘3일 이내’에서 2일 이상으로 변경해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상·질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이 3일 이내면 휴업급여와 요양급여를 받을 수 없다. 적용범위 확대는 보상과 더불어 산재사고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또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한 정의개념을 넓혀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 등 인적 범위를 사안에 따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보험 취지를 살펴 포괄적인 규정을 둬야 한다.

근로복지공단과 산재 판정기관, 산재 판정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공단과 노동부로 분리된 재해조사와 예방기능, 공단의 자의적 판단, 공단 지침과 법원 판례의 충돌,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모호한 법률적 지위와 책임 회피, 쟁송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산재재심사위원회 등을 감안할 때 재해 조사기관과 판정기관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보험료 징수와 재해 조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판정기관과 행정심판위원회는 국무총리 또는 대통령 산하 별개 기관으로 두고 노동자들이 판례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한 판단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 전문성이 부족하고 실질적 권한이 없는 점, 산업안전 담당 근로감독관 숫자가 적은 점을 감안해 일부 안전보건공단 인력과 근로복지공단 재활보상부 인력에게 안전·보건 관련 근로감독권을 주고, 재해조사를 공동으로 수행하게 해서 사업장 감독기능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험료율과 보험료 부담은 ‘보험료의 사업주 부담원칙’과 ‘사고위험 부담의 자기책임 원칙’이라는 전제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사업주 부담원칙을 적용하고 당연가입제도로 변경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산재은폐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개별실적요율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하청사업주에게 산재보험료를 전가해 원청사업주의 책임회피 기능으로 전락한 도급사업 일괄적용 단서규정도 폐지해야 한다.

신속한 보상과 접근의 용이성이라는 측면에서 사고뿐만 아니라 질병에도 당연인정기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가령 자문의사 1인이 산재인정 의견을 내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회부되지 않도록 기준과 제도를 설정해야 한다. 또한 현행 인정기준을 공단이 제한적 열거규정으로 운영하는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법률에 예시적 열거규정임을 명시해 공단의 모든 지침에서 이를 관철해야 한다.

과다한 성공보수금으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그 가족을 위해 국선노무사제도를 도입해 산재신청을 전문적으로 조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허울뿐인 사업주 조력제도(산재보험법 116조)를 변경해 사업주 조력의무와 노동자의 자료제출 요구권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함으로써 사용자에 의한 산재은폐와 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급여제도에서는 불합리한 차별인 고령자 휴업급여 감액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재요양시 휴업급여 기준을 최초 요양시 (증감된) 평균임금과 비교해 선택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2006년 노사정 합의 때 한국경총 주장을 수용해 제정된 현행 법률이 재요양 시점에서 급여발생 사실이 없는 경우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공단의 위법한 휴업급여 지침 탓에 통원치료 기간에도 실제 병원을 다닌 날짜만 계산해 휴업급여를 지급하는 관행도 개선 대상이다. 아울러 장해 규정은 한시적 장해 개념을 포괄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장해등급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장해등급을 재판정하는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재은폐 관행을 없애야 한다. 2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산재사건에서 사업주에게 산재신청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자. 특히 제3자 산재신고 제도를 두고, 합리적 근거가 제시되는 경우 의무적으로 재해조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재해자와 유족에게 과도한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야기한다.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환경오염피해구제법)과 제조물 책임법 등 다른 법률을 참고해 최소한 직업성암 같은 업무상질병에서는 인과관계를 추정하거나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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