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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취약계층보다 더 많은 지원금 받는 유연근무제 논란지난해 실적 절반도 못 채웠는데, 올해 예산 두 배로 증액

최근 정부가 일·가정 양립정책 중 하나로 유연근무제 지원금 확대방안을 내놓자 노사단체 사이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실적도 좋지 않았던 사업 예산을 올해 두 배 넘게 늘렸을 뿐만 아니라 1인당 지원금액이 취약계층과 청년취업을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보다 많아서다. 예산을 고용보험기금에서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취성패 수당 월 28만원인데, 유연근무는 43만원

2일 고용노동부와 노사단체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열린 일·가정양립 민관협의회에서 유연근무제 지원금을 노동자 1인당 연간 최대 364만원에서 520만원으로 늘렸다. 지원 대상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노동자가 시차출퇴근제나 재택·원격근무제를 활용할 경우 정부 지원금을 주는 이 사업은 지난해 처음 시행됐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아이 등하교를 돕고 집에서 일하는 시간을 늘려 일과 생활의 양립을 꾀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기업이나 노동자들이 자신의 필요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한 것에 정부가 왜 지원금을 주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원금액도 문제다. 정부가 취약계층이나 청년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수당은 월 최대 28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유연근무제 지원금은 월 최대 43만원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취약계층보다 취업한 사람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유연근무제 지원금은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인건비보다는 제도 도입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용도로 준다”며 “근로자가 유연근무를 필요로 하는데도 기업 사정상 도입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금이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에게 지급되면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동부는 유연근무제 지원금을 기업당 최대 70명(피보험자 30% 한도)까지 준다. 10명만 신청해도 연간 5천200만원, 70명이 신청하면 3억6천4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해도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는 달라질 게 없다. 하지만 사업주가 받는 지원금은 신청인수에 비례해 증가한다.

실제 지난해 한 의료용품 제조업체는 전체 직원 42명 중 10명이 시차출퇴근제를 신청해 정부 지원을 받았다. 시차출퇴근제는 육아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회사 사정이 허락한다면 직원 전체가 출퇴근 시간을 일괄 조정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노동부는 47개 지방관서별로 교수·전문가를 포함한 심사단을 꾸려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부정수급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노동전문가는 “지역사회 주요 세력인 중소기업인과 교수·공무원들은 대부분 서로 알고 지내면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짬짜미 식 심사를 하거나 사업주가 계획안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제출하면 걸러 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우려했다.

정부 지원금을 또 고용보험기금에서

노사단체들은 노동부가 실효성이 크지 않은 사업에 고용보험기금을 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재계 관계자는 “유연근무 확산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으나 현재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사업주가 도덕적 해이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며 “실적과 사업 타당성을 점검·평가한 후 지원금을 늘려도 늦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난해 유연근무제 지원예산으로 31억원을 편성했는데, 실제 집행한 금액은 4억700만원에 그쳤다. 신청이 적어 예산의 13%만 사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 예산은 지난해의 두 배를 훌쩍 넘는 79억원으로 늘렸다. 1인당 지원금을 올리고 지원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한 것이 편성한 예산을 소진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을 외치면서 유연근로 확산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정부 예산(일반회계)으로 편성해야 할 지원금을 고용보험기금에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봉석  se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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