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대선 노동정책 질의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로 구설에 오른 문재인 캠프가 뒤늦게 답변서를 보내고 한국노총에 공식 사과했다. 한국노총 내에서 "조합원 총투표 대상에서 문재인 후보를 컷오프해야 한다" "오만하다" "말로만 동지냐"는 얘기까지 나오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캠프 '때늦은 구애'

2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문재인 캠프는 홍종학 정책본부장 명의로 한국노총에 '한국노총의 입장 요구에 대한 답변'을 보냈다. 홍종학 본부장은 답변에서 "우리 캠프는 한국노총이 제시하고 있는 비정규직 감축과 차별철폐, 고용안정, 노동시간단축, 최저임금 1만원과 경제민주화, 노동기본권 보장, 위법한 행정지침 폐기, 공적연금 강화 등의 의제에 매우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금번 답변서 제출 지연은 우리 캠프의 소통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노총과 더욱 견고한 연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라며, 앞으로 노동이 존중받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길에 함께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대선 예비후보 노동정책을 묻다' 토론회에 문재인 캠프 담당자로 참석했다. 그런데 노동정책을 설명하는 대신 "공약은 말이 중요한 게 아니다" 혹은 "문재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는 식의 고압적인 태도로 비판을 샀다.

문재인 캠프는 애초 제출시한에서 나흘이나 지난 같은달 31일 오전 한국노총이 요구한 14개 항목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다. 문재인 캠프는 답변서에서 임기 내 우선과제로 '좋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대화체계 복원·노동권 회복'을 제시했다. "사용사유 제한 제도를 도입해 비정규직 발생 요인을 입구에서부터 통제하겠다"고도 했다.

심상정·이재명 캠프 노동정책 상위권

한국노총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대선정책검증평가위원회 2차 회의를 열고 논란 끝에 문재인 캠프의 '지각 답변서'를 인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평가채점표에 '답변 제출시한 준수 여부' 항목을 추가했다. 해당 항목의 경우 3월27일 오후 5시까지였던 제출시한을 정확히 지킨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 , 30일 토론회 전까지 답변서를 제출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와 안희정·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X' 평가를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비교 서열화 평가는 선거법에 위반된다. 한국노총 대선정책검증평가위는 항목별 점수 평가와 3단계 평가(○·△·X)를 병행했다. 15개 항목별 3단계 평가는 통상적으로 발행하는 매체(한국노총 기관지·소식지)를 통해 외부에 공표한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총투표에 앞서 대선후보들의 노동정책을 분야별로 확인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점수 평가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상위권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은 답변서 미제출과 토론회 불참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와 평가에서 제외됐다.

한편 한국노총은 노동정책 평가 결과를 6일 회원조합대표자회의에 보고하고 조합원 총투표 대상을 선정한다. 대선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는 이달 10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된다. 한국노총은 5월1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지지후보와 정책협약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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