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2차 산업혁명 시대의 시각으로 4차 혁명의 변화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 박희준 연세대 교수(산업공학과)가 한 라디오방송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밝은 빛을 만난 듯 “이거다”라는 느낌이다. 당최 뭐가 뭔지 종잡을 수 없는 게 4차 혁명이 아니던가. 게다가 노동자들에겐 “4차 혁명=해고 불안”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마당이다.

“4차 혁명은 일자리 부족 문제를 낳을 것이다.” 자본과 기업은 이러한 논리를 들어 자유로운 해고, 노동유연화의 논리적 근거로 삼고 있다. 반론을 쉬이 펼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이러한 논리에 대해 박희준 교수는 4차 혁명의 본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자리 문제에서도, 케케묵은 2차 혁명이 아닌 4차 혁명의 시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 5일 근무가 아니라 주 2일 근무도 가능하다’는 사고의 전환이 바로 4차 혁명 시대에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짧은 시간이라 충분한 설명은 없었지만, 이 같은 전제가 가능하려면 4차 혁명 결과 자본과 노동이 만들어 내는 전체적인 사회적 부가 적어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전제,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생산한 전체 부가 공정하게 분배된다는 당위 요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번역기·로봇소방관·로봇의사·로봇미화원)가 기존에 노동자가 해 오던 5일 중 3일을 대체할 경우를 보자.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주류 매체와 정부는 그동안 지급한 5일치 임금이 아닌 2일치 임금만 지급하더라도 충분하다고 말해 왔다. 평범한 노동자와 시민들 또한 ‘당연하지 않느냐. 노동시간이 줄어들었는데 급여를 더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은 그야말로 수공업과 제조업시대(18~19세기에서 2차 혁명 시대)에서나 적용된다. 4차 혁명이 어디 자본과 기업이 만들어 낸 결과이던가. 4차 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는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이 노력한 결과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마땅히 그 과실은 모두가 누려야 한다. 구성원 특정인에게만 4차 혁명의 몫이 돌아간다면 혁명은 또 다른 반동을 맞게 될 것이다.

매번 봐 왔듯 커다란 산업(문명)혁명 초기 사회는 불안했다. 혁명이란 것이 오히려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불평등을 만든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1800년대 초 산업혁명 시대에 있었던 기계파괴 운동(러다이트)이다. 당시 노동자와 농민들은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인간노동의 보조가 아니라 밥줄을 끊는 적으로 봤다.

하지만 불안은 곧 균형을 찾아갔다. 다만 각 사회마다 해결해 가는 방식은 다양했다. 안정적으로 정착한 곳이 있는가 하면 노동자·농민들의 계급혁명 같은 방식도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매번 산업혁명은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 추구가 보다 확충되는 계기가 됐다. 노동시간단축의 역사가 좋은 증거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일까? 거듭된 생각 끝에 내린 나름의 결론은, 4차 혁명은 이미 왔고 우리는 그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4차 혁명이 도래할 것이므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보다 “4차 혁명이 낳고 있는 부작용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 보다 설득력 있다.

2010년대 이후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양극화는 바로 4차 혁명의 나쁜 결과다. 잘 느끼지 못했지만 4차 산업혁명 초창기에 불어난 사회적 부를 사회구성원 간의 합의가 아닌 일부 자본과 기업이 독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들과 결탁하고 부역했다.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불행이도 이를 해결하는 우리의 방식은 극단적이다. 바로 지난겨울 촛불과 대통령 탄핵이다.

역사에 답이 있다. 분배가 그 시작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분배를 가로막았던 모든 노동개악은 이미 무효다. 제안하자면 그 시작은 사용자를 알기 어려운 중층적인 하도급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이면서 나쁜 일자리의 온상이 아니던가. 체불임금 위반 사업장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일어난다. 합리적인 분배만이 해답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그 다음엔 진짜 4차 혁명 시대를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생각조차 하지 못한 그런 세상이 오고 있다. 과거 200년 넘게 인간 사회가 해온 고민-자본과 자본 이외 사이 분배 문제-을 훨씬 뛰어넘는 문제들이 놓여 있다. 4차 혁명의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필자의 짧은 생각은 이렇다. 아마도 그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이외에 새로운 구성원과 함께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확실하다).

아마도 (AI라는 표현은 너무나 단순하지만) AI와 재산문제·가족문제 등의 법률문제를 풀어야 할 때가 온다. 유럽에서는 이미 준비 중이라는 뉴스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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