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로 가계가 대출금 이자로 낸 돈이 이자로 거둔 소득을 앞질렀다는 조사가 나왔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국민계정(확정)·2016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이자소득 잠정치는 36조1천156억원으로 나타났다. 2015년(38조1717억원)에 비해 5.4% 줄었다. 연간 이자소득은 1996년 32조8천927억원을 기록한 이후 20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이자지출은 급증했다. 지난해 가계가 이자로 지출한 금액은 41조7천745억원이었다. 전년보다 12.6%(4조6천624억원) 늘었다. 이자지출이 전년도보다 늘어난 것은 2011년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이자소득이 줄고 이자지출이 늘면서 가계 이자수지는 5조6천589억원 마이너스가 됐다. 이자수지는 이자소득에서 이자지출을 뺀 것을 뜻한다. 이자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5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의 금융환경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췄다. 이후에도 1%대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거기에 지난해 시중은행이 강화된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 대출이 몰렸다.

지난해 4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3조5천억원이었는데, 3분기 17조2천억원에 비해 줄었다. 반면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3분기 11조1천억원에서 4분기 13조5천억원으로 늘었다. 금융기관이 예대마진을 확대한 것도 이자지출이 이자소득을 앞지른 요인이 됐다. 예대마진은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수치다. 지난해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마진은 1.89%포인트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대출금리보다 더 많이 깎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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