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 지표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소득 상위 10% 집단이 차지하는 소득이 전체 인구 소득의 48.5%였다. 전체 인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절반 가까운 돈이 상위 10%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국가별로 비교한 상대적인 결과도 놀랍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상위 집단에 부가 집중돼 있다. 미국 상위 집단이 차지하는 소득 비중은 50%였다. 우리보다 아래에 있는 나라는 일본 42%, 영국 39.1%, 스웨덴 30.7%, 프랑스 30.5% 수준이었다.

주목할 대목은 통계에서 잡히는 것만 이용해 분석했다는 사실이다. 통계가 놓치고, 숨어 있는 값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소득 불평등 지표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기업복지가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기업복지가 발달한 국가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의 보편적 복지가 발달하지 않은 탓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복지는 학자금·의료비·주택자금 대출·여가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달해 있다.

그런데 기업복지는 대기업 중심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업의 지급여력이 크고, 내부 노동시장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내부 노동시장이 발달한 이유는 노조를 회피하려는 경영진의 적극적인 인적자원관리 전략에 있다. 노동조합의 파급효과도 작용한다.

기업복지는 노조의 파급효과가 크다. 유노조 사업장 노사가 복지제도를 도입하면, 무노조 사업장에서 따라한다. 학자금 지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복지가 파급되는 과정에서 불평등 현상이 심화했다. 지급여력과 노조의 교섭력이 큰 사업장은 기업복지 수준을 다른 회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갈 수 있었다.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대기업 수준을 따라가기 힘들다. 여기서 기업복지 불평등이 시작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복지격차는 임금격차 못지않다. 학자금 지원만 보더라도 어림잡아 2천만원 이상 격차를 보인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위협을 느끼는 요인으로 자녀 학자금의 비중이 크다. 몇 년 전 한 금융회사가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자녀 학자금을 계속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했을 정도다.

주택자금 대출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큰 차이를 보인다. 대기업은 직원에게 주택자금으로 일정 금액을 무이자로 대출한다. 금융회사는 1억원까지 대출해 주는 회사가 많다. 웬만한 대기업은 5천만원 이상을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겐 언감생심이다. 중소기업 노동자는 주택자금에서 이중고를 겪는다. 회사에서 지원되는 자금이 없을뿐더러 소득이 적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대출받는 조건과 금액이 적다. 대출금액이 연봉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에게 주택구입·대출자금을 구입자금의 70%까지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막상 대출금액은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탓에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의료비와 여가지원도 기업복지에서 빼지 못할 격차 요인이다. 대기업은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의 검진비용이나 병원비까지 지원한다. 휴양시설을 지원하는 것에도 격차가 크다. 대기업은 휴양지마다 숙박시설을 갖추고 직원들에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휴양시설 제공은 여가생활 유인효과가 크다. 가족끼리 여행을 계획할 때 비용부담이 큰 것이 숙박비용이다. 가장 돈이 많이 든다는 교육·주택·건강·여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크다.

우리나라 경제주체의 불평등 완화 정책에 기업복지 격차해소에 대한 방안도 반영돼야 한다. 기업복지 해소 주체는 정부다. 대학 등록금과 의료비·주택구입 문제는 정부 정책 범위에 속한다. 기업복지는 정부가 방치한 탓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주체도 정부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방안은 기업복지 제도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휴양시설만 공유하더라도 노동자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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