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집회·시위에서 경찰은 으레 물리력을 행사해 시위대를 통제하거나, 시위대를 채증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집회나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요구사항을 당국에 전달하는 경찰이 있다면 어떨까. 스웨덴에서는 대화경찰(Dialogue Police)이 그 역할을 한다.

로저 에켄스테트 스웨덴 대화경찰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새로운 집회·시위 관리방식 모색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대화경찰의 역할을 소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공동주최로 열렸다.

스웨덴은 2001년 예테보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 당시 경찰이 반세계화 시위에 나선 시위대를 향해 발포한 사건을 계기로 대화경찰을 만들었다. 에켄스테트씨는 "대화경찰의 역할은 시위 주최측과 시위대·경찰 지휘부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며 "사전에 신고된 시위의 경우 사전단계에 대화경찰이 투입되고, 비허가 시위는 대화경찰이 현장에서 접촉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대화경찰은 집회에서 충돌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그는 "시위대 관점에서 (경찰의) 도발로 여겨질 수 있는 경찰조치에 주목하고 이를 예측하면 상황이 격화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며 "대화경찰의 존재만으로도 시위를 진정 국면에 접어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시위 관리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유념해야 할 점은 시위대와 충돌을 예방하는 것이 충돌상황에서 이기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라며 "경찰이 가진 가장 중요한 무기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능력이 아니라 시위 주최측과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정책'을 발표한 황규진 경찰대 교수도 대화경찰 제도에 공감했다. 황 교수는 "한국에도 정보경찰이 있지만, 한국 경찰의 정보기능은 역사적으로 공산주의 소탕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수많은 과오를 저질렀다"며 "스웨덴 방식을 받아들여 대화경찰과 정보경찰이 공존하되, 집회·시위 관리를 위해 필요한 대화·협상·조정촉진 역할은 대화경찰이, 정보경찰은 집회신고와 집회 채증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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