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이 헐렸다. 광장에 촘촘했던 비닐 집은 비바람을 겨우 막았을 뿐이지만, 겨우살이 너끈했던 보금자리였다. 떠나며 시인은 노래했다. 민들레 꽃처럼 살아야 한다. 구슬픈 목청이 확성기 타고 광장에 퍼졌다. 거기 집에 갈 준비로 들뜬 촌민들이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기쁜 날 광장에 모여 쏘아 올린 불꽃놀이대를 마이크 삼은 동지가 베짱이 노릇을 함께했다. 왈칵 뜨거운 것이 올라와 시인은 자꾸 울었다. 캠핑촌은 한겨울 민심의 바다에서 부표 노릇을 했다. 부평초 시인이 돌 틈에 잠시 민들레처럼 뿌리내렸지만 봄바람에 홀씨처럼 떠난다. 머무는 곳마다 척박했으니 이제 또 어디로 갈꺼나. 브라보 브라보 시인의 청춘, 가수 손병휘가 극장 터에 앉아 커튼콜을 받고 또 받았다. 화가는, 조각가는 어깨춤을 췄다. 오늘 광장엔 세월호 천막이 남았다. 부표처럼 천막은, 노란색 깃발은 흔들렸지만, 그 자리 떠날 줄을 몰랐다. 왈칵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애태운 사람들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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