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소망)

지난 21일 태백문화예술회관이 1천300여명의 진폐환자들로 북적거렸다. ‘광산노동자 산재보험 제도개선 토론회’를 보러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이용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가 공동주최하고 재단법인 피플이 후원했다.

진폐증이란 장기간 흡입한 석탄 분진 등이 폐에 침착해 폐 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고 폐 조직을 굳게 만드는 질병이다. 병형(病型)과 폐 기능 정도에 따라 산재 장해보상금을 받거나 합병증이 있는 경우 요양치료를 받는다.

토론회에서 박진우 공인노무사는 “진폐환자가 진폐증으로 요양 중이라 하더라도 요양 당시 진폐 병형과 심폐 기능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 판결을 통해 진폐증으로 요양 중인 자에게 장해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2016두48485 판결).

판결대로라면 진폐증으로 요양 중인 자는 장해보상금을 청구해 지급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근로복지공단이 요양 중이라는 이유로 장해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요양을 시작한 때로부터 3년 이내에 장해급여 청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장해급여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은 근로복지공단이 장해급여 지급대상으로 결정한 사람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도록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은 진폐증으로 요양 중인 자에게 요양치료를 받을 수 있음을 결정해 통지했을 뿐 장해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진폐요양 환자들은 장해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또한 공단은 요양 중인 경우에는 장해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고, 청구하더라도 장해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업무지침과 업무관행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요양 중이기 때문에 장해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는 요양 중에 장해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더라도 당시에 장해보상금을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구기간이 경과해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단의 이런 태도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은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특약보험금 지급 문제에 있어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었는데도 생명보험업계에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에 반해 공단은 지금까지 진폐요양 중인 자에게는 장해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진폐요양 중인 자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 이후에는 요양 결정 당시에 장해급여 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지급했다. 분명 공적 사회보험을 취급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취할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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