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활동을 인정하면 그동안 자신이 해 왔던 온갖 부정한 행동이 샅샅이 드러날까 두려워서일 겁니다.”

지난해 노조를 만들었다 결국 해고된 A지역농협 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지역농협에서 벌어지는 임원들의 횡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A지역농협 조합장은 부부사원에게 둘 중 하나는 회사를 그만둘 것을 강요했다. 압박은 여성직원에게 더 심했다. B지역농협 조합장은 채권담당 은행원을 자신의 운전기사로 발령해 종처럼 부리고 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C지역농협 상임이사는 부하직원에게 주량의 5배가 넘는 음주를 강요해 결국 직원을 숨지게 만들었다.

지역농협 조합장과 임원이 휘두르는 안하무인 격 행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앞서 열거한 사건이 모두 최근 1~2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문제가 좀처럼 시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보다 수위가 낮은(?) 노동권 유린은 열거하기도 버겁다.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원을 한직으로 발령하거나, 자신이 하는 취미활동에 직원을 불러 주말·새벽에도 시달리게 한 일도 있다. 주말 조합장 가족 행사에 불려가 식기를 닦거나 주차관리를 했다는 증언에는 기가 차 말문이 막힌다. 법률상 관리 지도 주체인 농협중앙회의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농협중앙회는 문제가 생긴 후에야 징계하기를 거듭했다.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이다.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할 노조 설립을 상급단체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전국 1천여개의 지역농협 중 노조가 있는 곳은 300여개로 추산된다. 사업장에서 조합장이 갖는 권한을 감안했을 때 노사가 힘의 균형을 갖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노조가 생길 조짐이 보이면 위원장을 해고하고 조합원을 징계하는 식으로 싹부터 자르는 경우가 많으니 노조 만드는 게 달걀로 바위치기다. 상급단체인 협동조합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물론 노동계 전체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