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본부 국장

19대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대다수 국민이 노동을 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인데도 노동문제는 경제문제의 일부분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대선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한국노총이 최근 대선 정책요구안을 발표하고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를 보내왔다. 5회로 나눠 싣는다.<편집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용이 가장 불안정한, 초단기 근속의 국가다. OECD 국가 중 단기근속자(근속연수 1년 미만)는 32.5%로 가장 많고, 장기근속자(근속연수 10년 이상)는 21%로 가장 적다. 지난해 8월 임금노동자 1만9천626만명 중 비정규직은 874만명(44.5%)으로 노동자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업구조조정으로 고용증가 둔화, 고용안정을 둘러싼 노사갈등 심화, 내수경기·제조업 부문 부진으로 재고율 증가 등 고용시장 불안 현실화, 청년·고령층 고용 지속 악화, 저성장 장기화 등 전반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고용불안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과 같은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반기업에서도 이런 정치·경제·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대규모 인력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관해 정부는 부실기업의 경영회생을 위한 근본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채권단 주도나 기업 자율에 맡겨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비호 아래 대량감원과 임금삭감 위주의 반노동자적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그 결과는 노동자의 일방적 임금삭감과 정리해고로 귀결될 뿐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조정을 사전에 방지하고 총고용을 보장하는 선순환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현 사태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과 일차적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현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인 정부와 사용자, 금융권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선 대규모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성, 구조조정 지역·업종 차원의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운영이 필요하다. 이들 기구의 구성과 운영에 노동계(노동자)의 실질적 참여 보장은 당연하다. 특히 구조조정 사업장에서의 노동조합과 채권단, 경영진 간 공동결정 및 정보제공권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에서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을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곧 사회적 살인이 될 수 있다. 무분별한 정리해고 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상 해고 제한 강화, 사용자 고용노력에 대한 구체적 명시, 절차적 요건 신설, 대량해고에 대한 행정적 통제, 노사협의 절차 및 구조조정 희생자에 대한 우선 재고용 의무 강화 등 근로기준법상 경영상해고제도(구조조정)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급격한 인원감축 사업장을 포함한 고용불안 기업에 대해서는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고, 사업양도시 고용승계를 필히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최후의 수단으로 해고가 불가피할 경우를 대비해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갖춰야 한다. 노동시장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실직자의 소득안정, 사각지대 해소, 실업자의 노동시장 통합 촉진을 위해서는 고용보험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피보험단위기간 단축, 지급기간 대폭 확대, 지급수준 현실화가 절실하다. 또한 초단시간 노동자, 자발적 이직자 및 특수고용노동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장기실업자, 폐업한 영세자영업자, 청년·고령자 등 근로빈곤층을 대상으로 실업부조를 도입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한국노총은 선순환 구조조정을 위해 총고용 보장, 정리해고 요건 강화,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를 19대 대선 의제로 제시했다. 이렇게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고를 막기 위한 사전 노력이다. 다 함께 살기 위한 방안 모색이 급선무다. 이번 대선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후보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노동자는 민주공화국을 구성하는 국민의 다수임을 대선 후보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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