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올해 1월 구속된 철도노동자. 지난해 7월28일 107권의 압수수색 도서목록에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가 있어 황당했는가 하면, <발전파업백서>가 들어 있어서 헛웃음 짓게 했던 사건의 당사자. 박근혜 정권이 보여 준 70년대 유신정권으로의 회귀와 데자뷰 탄압의 희생자 <노동자의 책> 대표 철도노동자 이진영.

현재 서울남부구치소에 수용돼 있는 철도노동자 이진영은 쉰을 갓 넘겼다. 대학시절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노학연대에 열정을 바친 학생이었다고 한다. 80년대 노동자평의회와 평등한 세상 건설을 주장하는 활동을 했다. 91년 지금의 아내인 노동가수 최도은이 인천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을 때 동양엘리베이터 노동자들과 노래율동을 함께 배우러 가기도 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투쟁 현장과 전해투 등에서 노동자 조직사업을 하느라 치열한 시기를 보냈다. 93~94년께 전해투에서 만난 모 언론사 해고자라는 사람을 자신이 소속돼 있는 모임에 데리고 갔다가 회의에 참석한 일원이 안기부 수사관에 의해 체포되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 수사기관의 프락치 문제로 판단하고 있는 사건이다. 94년부터 97년까지는 조직활동으로 인해 구속 수감된다. 출소 이후 각종 집회 및 파업현장에 참여하면서 재기를 위해 애를 썼다. 구미 한국초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기도 했다. 12시간 맞교대로 땀이 비가 오듯이 쏟아지는 현장 일을 마치고 쪽잠을 자며 구미지역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다니곤 했다. 당시 한국합섬 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롯해 오리온·코람프라스틱·대우전자 등에 연대를 다녔다. 매 시기 투쟁현장에 결합해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지만 아웃사이더로서 겪어야 하는 냉대와 허무감에 외로웠던 시기로 추억한다. 감옥에서 얻은 공황장애를 이때부터 앓았으나 당시에는 잦은 감기라고 생각했다. 2004년에는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하게 된다. 배속된 곳이 간접부서에 개별 근무 형태라 그가 꿈꾸던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동지애를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는 현장이었다. 그래서 본격적인 노동운동을 하고자 노조 상근을 택했다. 하지만 노조 게시판에 '필공을 넘어 총파업으로'라는 글을 게시했다가 글을 내리라는 논란이 일어나는 등 주위에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2009년 파업투쟁으로 해고됐다가 복직했다. 이때 잠시 구속됐다. 당시 1만2천명의 징계자들이 부당징계 대응을 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필자가 노동자위원을 맡았다. 개별 사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진영 대표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주요하게 언급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해 7월28일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집을 압수수색했다. 철도노조 대의원대회 자료집을 포함해 자료 107권과 컴퓨터 등이 압수됐다. 영장에는 2013년 민영화저지 파업 당시 조합게시판에 올린 “전면파업만이 살 길이다. 현재의 필공파업으로는 안 된다, 전면파업을 즉시 시행하자”는 글 등이 이적성을 입증하는 중요 문서로 기술되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8월3일 “<노동자의 책>이라는 도서열람 사이트에 국한된 탄압이 아니라 9월 퇴출연봉제 파업을 앞두고 지금 시기를 골라 탄압한 명백한 노동운동에 대한 침탈의 성격이며 자신에 대한 사상·학문·양심의 자유에 대한 탄압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선두부대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탄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해 8월19일 발족한 ‘<노동자의 책> 국가보안법 탄압저지 공동행동’은 압수수색과 조사의 성격을 ‘① 이제는 구하기 어려운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일반인과 노동자에게 제공해 온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노동자의 사상에 대한 탄압 ② 철도노동자들의 퇴출연봉제 저지투쟁을 앞두고 벌어진 사건이며 노동운동과 진보적 정치사상의 결합을 막으려 한다는 점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공동행동은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에서 유인물을 배포하고 서명을 받았고, 8월24일에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탄압을 규탄했다. 하지만 그는 공공부문 총파업과 철도노조 74일 파업이 종료되고 박근혜 탄핵이 진행되던 올해 1월 구속돼 영어의 몸이 됐다.

필자와의 면회에서 가족들에 대한 절절한 미안함과 구속자 특유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니 재판장에게 개전의 정을 보이라고는 못하지만, 가족들에게는 개전의 정을 보이라”고 했더니 꼭 그러겠다고 했다. 시대착오적 블랙리스트와 낡은 국가보안법으로 금서 탄압을 자행하며 이진영의 사상과 양심을 가둔 박근혜는 탄핵됐지만 그는 아직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탄핵 정권을 상대로 투쟁하다 구속된 양심수들이 모두 석방되기를 바라며 적폐 청산을 위해 고난의 길을 가는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의 건승을 바란다.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