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에서 주당 노동시간을 연장근로 포함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데 의견 접근이 이뤄지면서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최종 합의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소위는 물론 노사에서도 시행시기와 형식 등 세부 규정을 두고 의견차가 나오고 있어 현재로서는 통과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태다. 고용노동소위는 23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재개한다.<본지 3월21일자 4면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서 주 52시간 잠정합의?’ 기사 참조>

면벌조항이냐 시행유예냐, 즉각시행이냐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고용노동소위는 전날 1주일을 7일로 하고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기준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제한하기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 시행시기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9년부터, 300인 이하는 2021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면벌 조항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시행시기를 규정하자는 데까지도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과거 면벌조항으로 하는 입법례가 없다는 주장을 펴며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의견 접근을 두고 노동부가 행정해석을 통해 주당 68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했던 논리가 깨졌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노동부는 1주일을 5일로 해석하면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인정하지 않아 장시간 노동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현재 쟁점은 두 가지다. 우선 시행 시기다. 2년+2년으로 경과기간을 둔 것에 대해 “기간을 더 단축하자” 또는 “즉시 시행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하나는 경과기간의 성격이다. 노동부가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사업주 처벌을 면제해 주는 ‘면벌 조항’(처벌유예)을 반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사업주가 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기존 정부·여당안인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는 1년씩 4년간 ‘단계적 시행’을 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시행유예 방식이다. 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됐다는 점을 굳이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면벌기간 중 중복할증(가산금) 지급에 대해서는 민사영역이기 때문에 그간 법원 판결대로 100% 가산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김성태 의원안에서는 “8시간 이내 휴일근로 통상임금 50%”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았다.

근기법 110조(벌칙)에서는 법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즉각 시행” vs “산업현장 부담 완화”

이번 근기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접근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주당 최대 52시간이 근기법이 정한 노동시간임을 확인한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면벌조항을 둔다는 것은 불법 초과노동을 계속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대로 즉각 주 52시간을 즉각 시행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는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이라는 불법 행정해석으로 심각한 혼란을 끼쳤다”며 “면벌조항은 노동시간단축은커녕 노동시간연장이자 노동개악”이라고 반대했다.

한국경총도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경총은 입장문을 통해 “9·15 노사정 합의에 기초해서 근로시간단축을 논의하고 입법해야 한다”며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수십년간 지속된 관행과 기업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경총은 “급격한 실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현장 부담완화를 위해 특별연장근로 허용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별연장근로 허용은 9·15 노사정 합의와 김성태 의원안에 담겼다.

반면 한국노총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현재로서는 고용노동소위에서 의견 접근을 했다는 그 내용 자체가 불분명하다”며 “23일 고용노동소위 논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노위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노동시간단축 논의가 나왔지만 제대로 진전되지 못했다”며 “이번에 다시 의견 접근이 이뤄지는 등 좋은 기회가 온 것도 사실이니 제대로 결과가 나오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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