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연구원을 대폭 줄이는 대신 고용의 질이 더 나쁜 학생연수생을 그 자리에 채워 넣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청년과학기술자모임이 20일 공개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 연구기관 비정규직 연구원 문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에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이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의 고용형태를 분석한 결과가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일하는 전체 연구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1만4천128명이었다. 이는 2012년 1만4천878명보다 750명 부족한 숫자다. 같은 기간 정규직 연구원은 1천92명 늘었다. 비정규직 연구원은 1천842명이 줄었는데, 빈자리는 학생연수생이 메웠다. 학생연수생은 2012년 2천783명에서 지난해 말 4천28명으로 무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로써 전체 연구원 중 학생연수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29%나 됐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 9월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학생연수생이 4년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가이드라인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채용 자체를 줄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학생연수생은 연구를 수행하며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뜻한다. 정규직 연구원과 동일한 일을 하지만 임금은 40% 수준에 그친다. 4대 보험과 노동 3권도 주어지지 않는다.

청년과학기술자모임은 “비정규직 연구원보다 처우가 더 열악한 학생연수생들이 늘어 노동자도 학생도 아닌 취급을 받고 있다”며 “정부는 학생연수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정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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