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공기관 관련 정책이나 제도에서 적폐는 무엇일까. 최근 공공운수노조가 공공기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정책과제 설문조사에서 성과연봉제와 민영화 중단이 1·2위에 올랐다. 경영평가 폐지는 5위였다. 3개 개선과제는 서로 무관하지 않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와 민영화 포석으로 해석되는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조정을 201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운영평가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경영실적 위주 평가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주를 이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각 기관의 공공성과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영성과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린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공기업 Ⅰ군으로 분류되는 기관의 2015년 경영평가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최근 3년간 전년 대비 평균 매출액이 떨어진 한국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석유공사는 D·E 등급을 받았다.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병수 한국석유공사노조 위원장은 “성과지표 위주 평가는 개별 공공기관이 공공성보다는 단기적 경영성과에 몰입하도록 한다”며 “경영성과와 공공성이 경합하는 경우 공공성이 아니라 경영성과를 선택하는 역선택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석 한국지역난방공사노조 위원장은 “수익성 위주 실적평가를 목적사업 수행이나 요금인하 같은 국민편익 창출 중심의 실적평가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경영평가 명칭과 목적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박 실장은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제도는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과도한 경영효율화 편향의 평가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며 “목적 자체를 변경한다는 의미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management evaluation)에서 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평가인 운영평가(operation evaluation)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관별 맞춤형 평가 도입해야”

이날 토론회에서 공공기관노조 관계자들은 기관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경영평가 유형 분류체계를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으로 나눠 시행한다. 공기업은 다시 Ⅰ·Ⅱ군으로, 준정부기관은 기금관리형·위탁집행형·강소형 기관으로 구분된다.

같은 군에 묶여 있더라도 업무 분야가 다르다. 예컨대 공기업 Ⅱ군에는 에너지를 담당하는 발전자회사들과 항만업무를 보는 인천항만공사, 주택보증업무를 보는 주택도시보증공사, 감정평가 업무를 하는 한국감정원이 있다. 매출액·자산·직원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같은 유형으로 묶인 기관들끼리 상대평가 방식으로 점수를 매긴다. 규모가 작은 기관은 경영평가 준비를 하는 것조차 벅차다.

박준형 정책실장은 “전혀 경쟁관계에 있지 않고 각 기관이 독점적인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상대평가로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차기 정부의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평가유형을 재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201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향을 발표하면서 “개별기관에 대한 절대평가 방식을 새로 도입해 지나친 순위 경쟁을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진수 한전KDN노조 위원장은 “형식적인 절대평가가 아니라 기관별 규모와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평가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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