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문기업인 SK플래닛이 희망퇴직 거부자를 역량향상프로그램(PIP) 교육에 배치해 3년 내리 저성과자로 만들어 해고했다가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19일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에 따르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7일 SK플래닛 직원 A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심판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SK플래닛은 지난해 12월15일 인사위원회에서 A씨에 대해 "3년(2014~2016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직권면직을 의결했다. A씨는 한 달 뒤인 올해 1월15일자로 해고됐다. A씨측을 대리한 중앙법률원은 "명예퇴직을 거부한 고연차 사원이라는 이유로 3년간 PIP 교육 입소했는데, 일방적으로 3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아 저성과자로 둔갑했다"며 "역량향상프로그램이 아닌 아닌 퇴사 종용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SK플래닛은 2014년 3월 인력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특별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고연차 직원 177명이 퇴직 대상자에 올랐고, 이 중 157명이 퇴직했다. A씨도 퇴직 대상자였지만 거부했다.

회사는 A씨를 포함해 퇴직을 거부한 20명을 같은해 4월1일자로 직위해제하고 PIP 교육에 배치했다. A씨는 희망퇴직 직전 3년간(2011~2013년) 한 번도 최하위 평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 두 달간 특별교육을 수료한 A씨는 같은해 6월1일 현업에 배치됐다. 그간 기업문화실부 소속으로 신규사업개발을 담당했던 A씨가 배치된 곳은 지역 맛집들을 유치하는 영업조직이었다. 가맹점 사진 촬영부터 쿠폰영업, 포스터 부착 등 입사 후 처음 경험하는 개인 자영업자 가입자 유치 영업이었지만, 회사는 A씨에게 관련 교육을 제공하지 않았다.

회사는 심문 과정에서 A씨가 PIP 교육기간에 '빅히트 상품기획' 'Speed 성과창출' 등 영업 관련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업배치 6개월 만에 인사평가 최하위 등급인 U등급을 받고 다시 PIP 교육을 통보받았다. 보통 인사평가시 수반되는 평가 결과 피드백이나 평가자 면담은 없었다.

피 말리는 대기발령도 이어졌다. SK플래닛은 같은해 1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무려 17개월간 A씨에게 교육대기발령을 내렸다. 2016년 5월부터 7월까지는 사내대기발령, 8월부터 12월까지는 재택대기발령이 이어졌다. 2015~2016년에도 A씨에게 U등급 통보만 했을 뿐 피평가자가 납득할 만한 피드백이나 평가자 면담은 없었다.

회사가 경기지노위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2015년(1~12월) 교육평가 결과와 2016년(1~4월)까지 A씨의 점수가 각각 69점, 75.3점으로 커트라인으로 제시했던 '평균 80점 미만'이었기 때문에 U등급을 받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나와 있다.

유선우 공인노무사는 "A씨는 자신의 평가점수를 심문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며 "회사가 지노위보다 당사자한테 먼저 평가 피드백을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 노무사는 이어 "심문 과정에서 공익위원들도 교육 평가기준이나 절차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며 "지노위가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할 객관적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판정문을 받아 본 후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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