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윤정 한국노총 정책본부 국장

19대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대다수 국민이 노동을 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인데도 노동문제는 경제문제의 일부분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대선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한국노총이 최근 대선 정책요구안을 발표하고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를 보내왔다. 5회로 나눠 싣는다.<편집자>

적정임금이란 무엇일까. 우리 헌법에서는 노동의 권리와 노동자의 적정임금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적정임금은 노동자의 경제사회적 권리보장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임금수준을 가리키는 헌법 용어다. 지금 헌법에서는 사라진 ‘이익균점권’이 그것이다. 제헌헌법(18조)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1961년 5·16 박정희 군부 쿠데타로 사라진 이 조항은 노동도 자본과 이익을 나눌 권리가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노동은 자본이 주면 주는 대로 받는 대상이 아니라 엄연히 이익을 함께 나눌 권리가 있는 주체임을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재벌 오너들은 수백억 원 연봉에 배당까지 엄청난 부를 챙겨 가는데도 연봉 몇천 만원 직장인들만 ‘귀족’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스스로에게 이익을 균점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경제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헌법에서 사라진 ‘이익균점권’을 부활해 노동이 잃어버린 지위를 회복하고, 적정임금으로 이익을 균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도 노동자 개인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 동시에 꽁꽁 얼어붙은 내수경기를 살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회복시키고, 깊어지는 양극화도 완화할 수 있다. 고용부진·소비심리 위축 등 여러 가지 원인이 해결돼야겠지만 무엇보다 가계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얇아질 대로 얇아진 노동자·서민의 지갑을 채우고, 기본적인 생계조차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에게 충분하게 소득을 보장하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헌법(32조1항)은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할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적정임금 보장의무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최저임금을 ‘적정하게’ 책정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 국민이 바라는 적정한 최저임금은 단연코 시급 1만원이다. 그렇기에 차기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달성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영세자영업자의 소득을 높일 방안도 함께 내놓아야 최저임금 1만원 달성에 대한 진정성을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생활임금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발주하는 사업이나 용역계약에 시중노임단가를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저소득 노동자 가구에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다단계 사업구조인 건설업 노동자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해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체불임금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천문학적 수준의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저임금·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적정임금을 보장받는 것은 권리다. 이제 노동이 잃어버린 당연한 권리를 되돌려 받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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