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의 그늘이 고용시장에 짙게 깔렸다. 지난달 실업자가 135만명으로 외환위기 시절로 회귀한 듯하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30대 실업자가 크게 늘었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두 번째로 높다. 고용한파를 넘어 고용빙하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는 135만명이다.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1999년 8월(136만4천명) 이후 최대치다. 40대와 50대 실업자는 줄었지만 60세 이상과 30대를 중심으로 실업자가 증가해 전년보다 3만3천명 늘었다.

지난달 실업률은 5.0%를 찍었다. 2010년 1월(5.0%) 이후 7년1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2월 기준으로는 2001년 2월(5.5%)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실업은 악화일로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12.3%(54만8천명)로, 한 달 전(8.6%)보다 무려 3.7%포인트 급등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1년 전(12.5%)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높다.

경기악화로 채용문이 좁아진 데다, 대학 졸업시즌과 공무원 시험 등 각종 채용시험이 맞물리면서 20대(51만8천명·25.6%) 실업자가 대폭 늘었다. 30대 실업자는 전년보다 1만5천명 증가한 21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풀이된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라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60세 이상과 여성 실업자가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달 60세 이상 실업자는 27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5만4천명 늘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인일자리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구직을 하려는 노년층이 늘면서 실업자도 증가했다.

여성 실업자는 60만5천명으로 전년보다 2만9천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 남성 실업자는 4천명 증가했다. 고용불황으로 가정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정주부들이 일자리를 찾아 구직시장에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21만3천명(4.0%) 늘어나면서 7개월째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다. 고용한파로 취업이 어려워지자 자영업 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다. 특히 1인 영세 자영업자를 의미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3만7천명이나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조업 등 산업에서 취업자가 감소하면서 민간 신규채용이 위축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약한 자영업 쪽에서 취업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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