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동회의소 설립과 관련해 양대 노총의 입장이 엇갈렸다. 민주노총은 "노동회의소가 노조 무력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반면 대선 정책공약으로 노동회의소 설립을 요구한 한국노총은 "미조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반박했다.

노동회의소는 중소·영세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노동자 등 노조로 조직되지 못한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가입대상으로 하는 기구다. 외국의 경우 오스트리아·독일(브레멘·자를란트), 룩셈부르크에서 노조와 별개로 노동회의소 제도를 두고 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문 전 대표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노동회의소 설립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14일 논평을 내고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유일한 법정노동단체는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노조"라며 "노조 이외의 법정노동단체를 구성하려는 발상은 결국 노조 자체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노조 가입률 10%와 미조직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길은 왕도도 없고, 우회로도 없다"며 "사용자단체의 산별교섭 참가 의무를 법적의무로 규정하고,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동자로 규정하도록 노조법을 개정하고, 노조가 없는 사업장 노동자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취업규칙 제정과 변경시 노동자 전체의 집단적 동의요건을 강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노총은 현실적으로 미조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4·13 총선 정책요구안에 노동회의소 설립을 제안한 데 이어 대선 정책요구안에도 미조직 노동자 보호제도의 일환으로 이 내용을 포함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대다수 비정규직이나 청년·여성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가까운 시일 안에 이런 상황을 대폭 개선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외국 사례에서도 노조와 노동회의소는 보완적 협력관계에 있으며, 노동회의소가 있는 나라에서 노조조직률도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회의소 신설이 한국노총을 비롯한 기존 노동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이대로 미조직 노동자들을 방치하면 기득권 노조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또 다른 의미에서 노동회의소를 비난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 현안브리핑에서 "노동회의소는 새로운 관변귀족노조"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귀족노조들의 과격 불법 노동운동으로 기업의욕이 가뜩이나 꺾여 있는데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관변귀족노조를 만든다면 노사화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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