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산업노련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려면 지금보다 노동 친화적어야 합니다. 노동에 높은 안목을 갖춘 인사들이 많은데도 잊을 만하면 반노동 발언이 터져 나와요. 당 정체성까지 의심받게 되죠. 노동을 중심으로 집권할 수 있는 친노동 정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당 노동위원회 위상을 강화해야죠.”

이수진(48·사진)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공동위원장의 말이다. 의료산업노련 위원장인 그는 지난달 연맹 대의원대회에서 "정권교체에 기여하겠다"고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겪으면서 노동자들의 삶이 후퇴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핑계로 성과연봉제·저성과자 해고 같은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노동계는 홍역을 치렀다. 19대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연맹 조합원들은 물론이고 전체 노동자들이 위기에 몰린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위원장은 이석행 공동위원장(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전국을 돌고 있다. 최근에는 울산을 찾아 구조조정으로 해고 위기에 놓인 조선업 노동자들을 만났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연맹 사무실에서 이수진 위원장을 만났다. 그의 목표는 '조합원이 행복한 노조'를 만드는 것이다. 2011년 연세의료원노조 위원장에 당선됐을 때의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노동운동은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행복해지려면 노동자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정권교체에 주목하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노동위는 15일 저녁 출범식을 개최한다.

“반노동 발언 당에 마이너스, 문제 인사 내보내야”

- 최근 양향자 최고위원의 반올림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됐다. 어떻게 보나.

“반노동 발언을 한 인사가 선거캠프에 있는 건 우려스러운 일이다. 문제가 있는 사람은 내보내는 게 맞다. 지난해 3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민주노총을 방문해 막말을 하면서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당 인사들이 자꾸 그런 소리를 하니까 '뽑고 싶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노동위는 전체 노동자들의 뜻을 모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동위 행보에 어긋나는 반노동 발언이 잇따라 유감스럽다. 대선 예비후보들이 캠프 관리를 잘해 주셨으면 좋겠다.”

- 더불어민주당에 본선 경쟁력이 있는 예비후보들이 많다. 노동의 관점에서 인상평을 해 달라.

“개인적으로 다 접촉해 보지는 않았다. 발언을 보면 이재명 성남시장이 노동 관련 공부를 많이 하신 것 같다. 노동정책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잘 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노동부문은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는 변호사 시절 투쟁사업장을 다니고 해고노동자들을 무료로 변론해 줬다. 노동자를 위해 열심히 했다는 걸 보면서 의식이 맑은 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당 노동위와 스킨십은 부족한 것 같다.

이번 대선은 캠프 중심이 아니라 당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 노동위는 캠프가 아닌 당을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고 노동자들의 지지를 모아 갈 생각이다. 경선을 통과한 후보는 노동 문제에 압박감을 가질 것이다.”

- 노동위는 대선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정길채 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이 노동정책을 만들고, 이석행 위원장과 저는 노동계 전·현직 인사를 만난다. 당이 집권정당이 되려면 현직 위원장들의 지지가 꼭 필요하다. 현직 연맹 위원장으로서 그들의 마음을 잘 안다. 정치활동을 하고 싶어도 덜컥 겁이 나서 꺼리는 분들이 많다. 노동자와 노조를 위해 대표자로서 해야 하는 일이 정치활동이다.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지지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조직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런 다음 당이 약속을 지키도록 강제해야 하지 않겠나.”

“노조가 정치에 참여해야 노동 힘 커진다”

- 노조의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노동자들은 권리를 지키기 위해 길에서 투쟁도 하고 교섭도 한다. 한국노총이 주도하는 집회에 나오라고 하면 인원을 동원해 집회에 참여한다. 조합원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어느 날 노동부가 저성과자 해고가 가능한 지침을 낸다. 교섭에서 무엇을 따냈든지 간에 정부 지침 하나로 노동권이 후퇴해 버린다. 이러려고 노조활동 했나 하는 자괴감을 느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고 보니 노조가 당의 생리를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을 잘 알고 노동자를 위하는 노조 활동가가 전문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뜻이 있는 활동가를 정치인으로 키워 낸다면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다.”

- 지금도 정치권에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있는데.

"인맥을 통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줄을 대서 정치인이 된 인사가 있다. 당 활동을 해서 국회의원이 된 게 아니라 노동계 출신 몫으로 의원이 된 사람이 있다. 노동현장 정서와 무관하게 말이다. 지금 당에 노동계 출신 최고위원이 없다. 노동부문 권리당원이 3천명을 넘어야 하는데 2천500명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노동부문 권리당원이 늘어 최고위원까지 배출하고,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노동위를 중심으로 뭉쳐야 더불어민주당을 친노동 정당으로 만들 수 있다. 노동의 목소리가 커지고 노동위의 힘이 세진다면 반노동 발언이 나올 수 있겠나. 반노동 발언을 하면 큰일 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노동위가 커져야 한다."

- 연맹 대선기획단은 무슨 활동을 하나.

“병원노동자들이 인력부족으로 병원을 떠나고 있다. 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노동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 단위노조 위원장과 간부들이 함께 정권교체를 위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5월 대선에서 친노동자 정권이 당선될 수 있도록 노동자 민심, 바닥 민심을 다질 계획이다.”

“차기 정부 숙제는 병원 인력 문제와 감정노동자 보호”

- 연맹 위원장으로서 보건의료부문 노동문제를 어떻게 풀 생각인가.

“현재 상황은 의료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기 힘들 정도다. 병원이 보유한 장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50% 많다. 그럼에도 의사와 간호사 등 인력은 OECD 절반 수준이다. 지역 간 불균형이 크다.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격차가 벌어진다. 인력부족이 환자안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의료산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국내 빅4 병원은 50% 가량을 인건비로 쓴다. 병원 인력 문제는 노사가 함께 풀어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으로 인력난이 심해질 것 같은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시행되면서 예상했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환자 만족도는 높지만 간호사들은 감정노동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비정규직도 늘고 있다. 해당 서비스로 신규 일자리가 증가했지만 간호조무사와 간병지원 인력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우려스럽다. 생명·안전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수년 전 발의됐는데 국회를 넘지 못해 안타깝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