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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사무금융 노동자들이 제안한다 ①]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하는 금융사 구조조정 탄핵해야김동진 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지부장
김동진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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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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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진 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지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광장을 밝힌 촛불이 거둔 성과다. 이제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대선 국면에 녹이는 방식을 고민할 차례다. 노동계는 노동의제가 대선 공약이 되길 바란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정부를 구성하자는 말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넥타이 부대' 사무금융 노동자들이 폐기해야 할 적폐와 차기 정부 과제에 관한 글을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오늘은 점심 식사를 좀 빨리 마쳤다. 오후 2시부터 예금보험공사에서 D화재보험 매각심사 소위원회가 열린다. 2017년 개정된 공적자금관리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나는 소위에 노동조합 추천 전문위원으로 선임돼 참석하게 됐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회사에서 중구 예금보험공사까지 시간적 여유를 두고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2018년 6월19일 화요일, 여름이 본격적인 열을 뿜으려는 듯 한낮의 태양이 뜨겁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고 실사를 거쳐 오늘 매각심사 소위가 끝나면 D화재보험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된다. D화재보험 직원들은 6개월 남짓한 시간을 고용불안을 애써 누르며 금융감독기관과 예금보험공사의 처리 결과를 숨죽이며 지켜봤을 것이다. 오후 12시30분 을지로입구역에 내려 예금보험공사로 걸음을 재촉하던 중 1인 시위를 하는 D화재보험 조합원과 눈이 마주쳤다. “고용안정! 생존권 사수!” 그들의 절박함이 피켓과 눈빛에서 묻어난다. 불현듯 6년 전 오늘이 떠올랐다.

2012년 6월19일 화요일 오후 1시30분 그린손해보험 조합원들과 영업가족들이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굴하지 않고 금융감독원 앞에 모여 고용안정과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사투쟁 결의를 다졌다.

“노동자 생존권을 무시한 채 자본의 원리로만 매각을 진행한다면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 아니 제3·제4의 쌍용차 사태가 계속될 것입니다. 그린손해보험 노동자들은 퇴출을 저지하고 고용이 100% 승계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투쟁결의 삭발식이 이어졌다.

부실금융기관 지정 후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에서 관리인이 파견됐고 실사와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지정됐다. 그런데 정작 60여년 회사를 지켰던 노동자가 설 곳은 없었다. 최소비용의 원칙. 그 말은 공적자금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방식으로, 노동자 고용안정은 차순위 고려 대상이었다. 노동자들은 더위와 폭우에 맞서면서 금감원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했다. 사무금융노조와 함께 관련기관들을 찾아다니며 '퇴출 저지'와 '100% 고용승계 약속'을 받아 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펀드로부터 100% 고용과 근로조건 승계 확약을 받았다. 2013년 그린손해보험은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매각돼 새로운 사명으로 출범했다.

오후 2시 매각심사 소위가 열렸다. 나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시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금융기관의 공공성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 대상자가 우선 선정돼야 함을 소위 위원들에게 주지시켰다. 인수합병(M&A)시 고용안정 법제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각 소위에 노동조합 추천위원이 들어가면서 그나마 노동자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많은 부분이 반영되고 있다. 장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D화재보험 우선협상대상자는 고용안정 방안에 대해 가장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A금융이 선정됐다. 여전히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D화재보험 조합원이 눈에 들어온다. 그가 거리가 아닌 자신의 일터에서 열정을 불태우길 바라며 걸음을 재촉했다.

일종의 가상현실이지만 이런 상상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금융기관이 부실판정을 받으면 금감원이 실사를 거쳐 회생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그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매각심사 소위 등이 개최된다. 금융위에서 부실금융기관 처리방안을 논의하고, 금융위 결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는 ‘최소비용의 원칙’에 따라 공적자금이 가장 적게 투입되는 방식으로 부실금융기관 처리절차에 들어간다. 매각 심사에 고용안정부문 평가가 포함되긴 하지만 현재 규정으로는 공적자금이 최소로 들어가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든 일터에서 거리로 내몰리고 만다. 시장가치가 남아 있어 매각이 되는 금융기관은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저축은행 사태의 경우 수많은 저축은행이 사라졌으며 그와 함께 대다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났다.

현재 매각심사 소위는 공적자금관리 특별법 시행령 제5조의5(소위원회의 설치·구성)에 규정돼 있는데, 노동자 대표가 위원회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강제조항이 없다. 예금보험공사뿐만 아니라 금융위를 포함한 금융감독기관 위원회에 노동자 대표를 선임할 수 있는 조항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따른 최대 피해자가 노동자임에도 정작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금융감독기관의 각종 위원회에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위원이 선임된다면, 최소한 노동자 입장을 대변하며 노동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참고로 매각심사 소위 구성과 관련해 예금보험공사노조도 노동조합이 선임하는 위원이 소위에 참석하는 것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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