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조직률이 좀처럼 10%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거친 후부터는 노조가 필요하다는 조합원·비조합원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이영면 동국대 교수(경영학)와 나인강 인천대 교수(경영학)는 연구원이 발간하는 노동정책연구집에 이런 내용을 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조합의 도구적 역할에 대한 근로자의 인식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노조에 거는 기대, 경제위기 때 상승

이영면·나인강 교수는 노동연구원이 5천여 가구 가구원을 대상으로 추적조사 중인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노조 도구성에 대한 조합원과 비조합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인식 변화를 조사했다.

노조 도구성은 노조가 작업장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효과성)을 뜻한다. 노조가 도움이 줄 거라는 믿음이 커지면 선호도가 높아지고, 앞으로 노조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노조 도구성은 노조 조직률을 전망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사용된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된 노동패널조사 중 △임금인상 △고용안정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로부터의 보호라는 세 가지 항목에서 노조 효과를 5점 척도(5점 만점)로 측정해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참여자들이 인식하는 임금인상에 대한 노조 효과는 2009년 3.36점에서 2011년 3.44점, 2013년 3.50점으로 지속해서 증가하다가 2014년에는 3.46점으로 소폭 하락했다. 노조의 고용안정 효과도 같은 기간 3.34점에서 3.39점, 3.45점으로 상승하다가 2014년에 3.42점으로 떨어졌다.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노동자 보호 항목은 2009년 3.36점에서 2013년 3.46점으로 상승했고 2014년에는 3.42점으로 낮아졌다.

연구팀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근로환경이 악화하면서 임금근로자는 물론 비임금근로자들까지 노조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며 “기대감이 노조 인식 개선에 보탬이 됐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경제위기 이슈에 둔감해지면서 긍정적 인식도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높아진 기대감, 조직률 확대로 안 이어져”

비조합원보다는 노조 효과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노조에 더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임금인상·고용안정·노동자 보호 세 항목을 평균한 노조 도구성 점수는 2009년 3.35점, 2011년 3.41점, 2013년 3.47점, 2014년 3.43점이었다. 노조 조합원은 이보다 높은 점수(같은 기간 3.73점·3.81점·3.89점·3.88점)를, 비조합원은 낮은 점수(3.37점·3.44점·3.47점·3.41점)를 줬다.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격차는 평균 0.41점이었다.

연도별 노동패널조사에는 최대 1만4천263명(2009년)에서 최소 1만3천169명(2014년)이 참여했다. 조사 대상의 노조 가입율은 10% 안팎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인식도 달랐다. 정규직이 대체로 높은 점수를, 비정규직이 낮은 점수를 줬지만 점수 격차는 조합원·비조합원 차이보다 적은 0.15점 정도였다. 조사 대상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8%였다.

이영면 교수는 “노조 조직률이 10% 안팎에서 머물고 있고 노조 활동과 역할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음에도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노조 도구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2014년에는 하락했는데,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기대감에 부응하는 역할을 노조가 제대로 한 것인지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노조에 대한 기대감이 조직률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노조 결성이 제도적으로 어렵거나 사용자 반대 등의 이유로 심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노조 결성이 보다 쉽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걷어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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