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탄핵!"

지난 10일 오전 11시22분.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기념사 중 산별대표자들이 앉은 테이블에서 "탄핵"과 "8대 0"이라는 외침이 울려 터졌다. 곧이어 박수가 터졌다. 테이블마다 스마트폰을 보며 박수를 치는 사람, 웃는 사람, 애써 표정관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엇갈렸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심판 선고와 동시간대에 열린 한국노총 창립 71주년 기념식과 후원의 날 행사 풍경이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13층에서 열린 기념식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시간과 겹쳤기 때문이다.

"평등복지통일국가 제대로 만들자"

김주영 위원장은 "오늘 국가 최고권력자의 탄핵심판이 있는 날이라 마음이 어수선하실 것"이라며 "박근혜 탄핵이 결정되는 역사적인 날이자, 한국노총 71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날로 역사는 오늘을 분명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기 대선 정국과 관련해 "2017년은 71년 한국노총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조합원의 뜻을 하나로 모아 노동자·서민을 위한 정권을 창출하고, 새로운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역사의 맨 앞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가 존중받는 평등복지통일국가를 제대로 만들어 100년·200년 한국노총의 역사가 이어지도록 혁신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기념사 도중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장내가 술렁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앉은 테이블에서는 웃음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앉은 테이블에서는 침묵이 어어졌다.

"역사적인 순간 정의가 승리"

각 당을 대표해 축사를 하러 나온 정치인들의 발언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노총의 역사는 곧 노동운동의 역사"라며 "오늘 같이 역사적인 순간에 정의가 승리하는 것을 맛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성태 바른정당 사무총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가, 법치주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며 "두 번 다시 대한민국에 최순실 같은 탐욕에 찬 주체들이 국가권력을 이용해 사적이익을 편취하는 허술함을 남겨 두지 말자"고 밝혔다.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 제 입장이 가장 곤혹스럽다"며 "(탄핵 인용으로) 차라리 홀가분하며 빨리 하나로 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노동계에서 각 산별위원장과 시·도 지역본부 의장, 박종근·박인상·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참석했다. 국회에서는 김경협·어기구·이용득·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롯한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과 강병원·서영교·송옥주·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김영배 한국경총 상임부회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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