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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살 부른 현장실습생 제도, 어떻게 바꿔야 하나
편집부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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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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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 소녀는 울고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내일도 회사를 가야 되는구나” 하는 탄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겼다. 그리고 소녀는 닷새 뒤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그는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했다. 소녀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소녀와 같이 일했던 학생들도 직장에서 업무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고 심리상담 선생님한테 토로했다. 한 퇴직자는 “영업압박으로 멘털이 부서질 것”이라고 구직 후배들에게 이 회사를 소개했다. 약속한 금액보다 급여를 적게 받았지만 학교 선생님은 문제없다고 보고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경력을 쌓게 해 주겠다던 현장실습생 제도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현장실습생 사회적 타살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매년 한두 명의 현장실습생들이 사고사하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이들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에 기성세대가 잘못 설계하고 방치해 온 사회제도 문제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최근 전주의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발생한 홍아무개양의 죽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분명한 사회적 타살이다. 2012년 광주, 그리고 2014년 울산과 진천의 현장실습생 자살·사망사고에 따른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와 사업장 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적 보호가 더 필요한 어린 학생들에 대한 노동착취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문제점과 해결 방안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바뀐 것은 전혀 없었고, 결국 또 하나의 안타까운 생명을 잃었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전공분야와는 무관한 산업현장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투입되고, 산업체는 현장실습생들을 교육이 아닌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산업환경으로 내몰고 있는 문제가 제도적으로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 ‘노동’이 혼재돼 책임부처도 ‘교육부’와 ‘노동부’로 나뉘어 종합적인 대책을 내지 못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가 본질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산업체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재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장실습생은 학생으로, 도제교육생은 근로자로 보호해야
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

   
▲ 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

학교 단위에서 이뤄지는 현장실습과 도제교육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각각에 맞는 제도가 설계되고 보호조치가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두 교육제도가 구분되지 않거나 뒤섞여 시행되면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현장실습은 일종의 직무체험이다. 그러나 일부 학교나 기업에서 체험이 아닌 근로를 시키는 경우가 있다. 현장실습생은 근로자가 아닌 학생이다. 반면 일·학습 병행제 같은 도제식 교육은 일을 하면서 일을 배우는, 즉 근로와 교육을 함께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학생이라도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보호해야 한다.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으면 노동관련법에 따라 근로조건과 각종 안전조치를 보장받는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위해 산업현장 일·학습 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실습생은 근로를 할 수 없게끔 해서 학생으로 보호하고 도제교육생은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근로자로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감독을 강화하라는 요구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는 있다.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도제교육생은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할 수 있지만 현장실습은 주관부처가 교육부고 관리·감독 책임은 교육부와 교육청에 있다. 근로조건 관련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할 수 있긴 하지만 현장실습생에 대한 일상적 감독을 노동부가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들도 제대로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파견형 현장실습 폐지해야 희생 멈춘다
이수정 공인노무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 이수정 공인노무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생은 '교육도 노동도 아닌' 회색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 특성화고에서 실시하는 현장실습은 전문교과를 대체하는 교육 과정이다. 전문교과 관련 내용을 산업 현장에서 익히고 탐색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현실은 고 홍아무개양 사례처럼 '어려서 막 부릴 수 있는 값싼' 노동자로 내모는 과정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취업률로 학교를 서열화해 지원하고, 학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불법 파견업체'가 돼 취업률 올리기에 급급하다. 학생의 학습권과 선택권이 보장되는 교육이 가능할 리 없다.

학생의 희생을 멈추려면 현재와 같은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해야 한다. 취업교육으로 전락한 특성화고 교육과정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실습이 가능한 환경을 갖추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이, 성별, 실습생·인턴·수습 등 신분과 고용형태에 따른 온갖 위계가 뒤엉킨 일터에서 노동자의 존엄이 실종된 현실을 점검하지 않은 채 유럽의 산학협력과정과 직업교육훈련을 가져와 봐야 누더기만 될 뿐이다. 정부가 부러워하는 유럽 사례는 국가와 교육기관이 기업을 발굴 지원하고, 기업은 책임을 다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런 전제가 없다면 특성화고 현장실습 기간을 '견디고' 있는 이에게 참지 말고 산업체에서 나오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을 버티는 것을 두고 '철 들었다'고 얘기하지 않아야 한다. 막다른 길에서 죽음에 몰린 망자에게 자살을 '선택'했다고 얘기하지 않아야 한다. 교육 당국과 기업은 이 사건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책임 전가 말고 제발 함께 책임지자.


통신업계 위험 외주화가 부른 재앙
박대성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

   
▲ 박대성 희망연대노조 공동 위원장

통신·케이블 업체의 위험 외주화가 실습 노동자들까지 사망에 이르게 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인 학생들은 비정규직 중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부서라 '욕받이' 부서라고 부를 정도로 힘든 곳에 초보자인 실습생을 배치한 것 자체가 문제다. 고객의 폭언보다 회사의 실적 압박은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원청인 LG유플러스는 이번 사건이 일어나자 LB휴넷에서 일어난 일로 우리 직원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상적인 고용형태였다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위험의 외주화로 이런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 사건은 원청인 LG유플러스가 책임을 져야 하고, 노조는 원청에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다. 더불어 현장실습생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육체적 위험뿐 아니라 정신적 위험이 있는 일에도 현장실습생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사망한 고등학생의 전공은 애완동물학과였다. 콜센터 업무와 전혀 무관한 공부를 했고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다 숨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장실습생이 실습을 하다 숨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


학교, 성인도 기피하는 일자리 파견업체 역할
하인호 전 인천비즈니스고 교사

   
▲ 하인호 전 인천비즈니스고 교사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은 현장실습이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조기취업 또는 저임금 단순 노동력 활용 통로로 악용돼 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현장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은 3D 업종, 반도체 공장, 전자제품 조립라인, 휴대폰 생산라인과 영세업체에 투입됐다. 최근에는 성인 여성노동자들조차 기피하는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엄청난 감정노동을 하는 등 학교는 인기 없는 일자리로 학생을 공급하는 파견업체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실습생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가 아니라 실습생이라는 꼬리표에 갇혀 법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을 강요당해 왔다. 취업률 경쟁 때문에 적절하지 못한 일, 부당한 처우 등에 방패가 돼 줘야 할 교사와 학교는 오히려 바람직한 취업도 필요한 교육도 아닌 현장실습으로 학생들을 내몰고 있다. '실습'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육 과정에 있는 학생을 무권리 상태로 내모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현장실습보다 더 필요한 것은 노동인권교육이다. 취업을 몇 달 앞당기는 것보다 앞으로 평생 노동자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이 급선무다. 배울 것이 있는 현장실습, 앞으로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만한 경험을 제공하는 현장실습이 돼야 한다. 당장 최소한 지킬 것은 지키는 현장실습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별 취업률 평가가 중단돼야 한다. 현장실습이 원래 취지를 상실했고, 원래 취지에 맞게 개혁하는 일도 불가능하다면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제도를 폐지하고, 대안적 형태의 현장실습 제도 도입을 노사정협의체 구성을 통해 도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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