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29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1항1호다목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로써 내년 1월1일부터 출퇴근재해가 사실상 시행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현재 국회에는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삼화·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 중 김삼화 의원안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동차손배법)에 의해 우선 청구하도록 규정해 사실상 이완영 의원안 내용과 동일하다. 이완영 의원안은 고용노동부 입장과 동일한 것으로, 이를 위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일단 출퇴근을 "취업과 관련해 주거와 취업장소 사이의 왕복"이라고 정의한 규정이 문제다. 일면 타당해 보이나 주거 개념을 단수로 한정할 수 없는 점, 기존 공무원연금법상 재해 관련 판례에서도 다수의 주거 개념을 인정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주거 개념을 넓힐 필요가 있다.

둘째 "통상의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라는 개념이다. 참고로 공무원의 경우 출퇴근재해는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14조)에 규정돼 있었으나 지난해 7월 같은 법 시행령을 개정해 29조1항2호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이라는 규정을 넣었다. ‘통상’이라는 부사는 "일상적으로 또는 일상적인 경우"라는 의미로 쓰인다. 출퇴근이 반드시 일상적인 경로와 방법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노동자에게 ‘합리적인 경로와 방법’인 경우에는 일상적인 경우를 벗어나더라도 보호돼야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합리적인 경로와 방법’을 지적하고 있으며,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셋째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이후의 왕복 중 사고에 대해서는 출퇴근재해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 문제다. 일탈 또는 중단 이후의 왕복 중 사고라고 하더라도 기존 경로에 다시 복귀했을 경우에는 통상 출퇴근재해에 포함해야 한다. 합리적 이유 없이 일탈 또는 중단 이후 사고를 모두 배제하는 것은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고, 출장 중 재해에서 인정되는 범위보다 좁은 개념이다.

넷째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직종은 출퇴근재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는 사업주에게 교통수단을 제공받지 못하는 ‘비혜택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라는 것이다.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직종이 이에 해당한다. 즉 많은 서비스노동자 또는 일용노동자 등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더라도, 노동자에게 합리적 경로와 방법일 경우에는 보호돼야 마땅하다.

다섯째 ‘자동차보험 우선 적용’ 규정이다. 이를 위해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기 전에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먼저 청구해야 한다.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도 명시돼 있듯이 비혜택 근로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고의·과실 등 입증책임의 어려움, 엄격한 인과관계 요구, 손해배상액 제한, 구제기간 장기화 등으로 충분한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험회사 특성상 재해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거나 재해자 과실을 상향하고 배상액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 이후 다시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하는 것은 재해자에게는 고통의 연속이다. 공단이 재해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뒤 보험회사 간 문제를 전문기관에서 조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섯째 "출퇴근재해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재해가 발생한 경우"를 열거하고,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도록 한 규정이다. 중과실 개념은 공무원연금법상 개념이고, 국제노동기구(ILO) 121호 ‘업무상 상해 급부 협약’에서도 급여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음주운전이라고 해서 바로 업무수행 행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두5562 판결).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이라는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것이라는 뚜렷한 자료가 없는 이상 업무상재해를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 2010. 7. 8 선고 2010구합17656 판결, 대법원 확정). 근로기준법 81조도 중과실의 경우라도 휴업보상과 장해보상만 제한하며, 유족급여는 제한하지 않는다.

중과실 개념 도입은 산재보험법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 대법원 판례와 공단 실무지침보다 못한 개념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