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노조
“나는 출근하기 위해 렌즈를 끼고 화장을 한다. 스키니진을 입는다. 욕망 충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기 위해 여성으로서 꾸미기 노동에 동원된다.”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A(21)씨는 일의 능률을 위해 자유복장을 원했지만 사업주는 스키니진 입기를 강요했다. 매장 직원 17명 중 스키니진을 제대로 갖춰 입은 사람은 여성노동자뿐이다. B(25)씨는 커피전문점에서 일할 당시 화장을 하지 않고 출근했다가 사장에게 “준비가 안 됐네.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오라”는 말을 들었다.

A씨와 B씨처럼 여성 알바노동자 둘 중 한 명은 화장이나 옷차림에서 외모통제를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알바노조(위원장 이가현)가 여성 알바노동자 49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8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현재 일하거나 혹은 일했던 사업장의 직원 모집공고에 외모와 관련한 사항이 적시돼 있었다”고 답한 노동자는 163명으로 전체의 33%였다.

한 음료전문점에서는 “외모에 자신 있으신 분만 지원해 주세요”라는 외모 차별 구인공고를 내기도 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여성노동자를 모집·채용할 때 직무수행에 필요 없는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 법과 달리 현실에서는 여전히 많은 여성노동자가 꾸미기 노동을 강요당한다.

용모와 관련해 회사 기준에 맞추지 않을 경우 많은 사업장에서 여성 알바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모와 관련해 벌점이나 지적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이 60%나 됐다.

이가현 위원장은 “실태조사를 하는 도중에도 ‘여성은 서비스 직원이기 때문에 얼굴이 화사해야 한다’거나 ‘손님들에게 민낯을 보이면 안 되니 화장을 하고 오라’는 식의 교육을 받았다는 증언이 쏟아졌다”며 “여성에게도 여성성을 팔지 않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외모통제를 강제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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