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에서 지난해 11월 발생한 아르곤가스 질식사고와 12월 추락사고로 노동자들이 숨졌는데도 회사 안전관리가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자들에게 안전화 같은 기본장비를 주지 않거나 관련법에서 정한 기초교육을 받지 않은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협력업체 안전화 지급 안 해
외부로 팔아먹은 사례까지


<매일노동뉴스>가 8일 확보한 4개의 음성파일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음성파일은 건설노동자 이아무개(42)씨가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현장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건설공사업체 관계자들과 통화한 내용이다.

이씨가 지난달 14일 통화한 삼성엔지니어링 협력업체인 ㅇ건설 관계자는 “여기는 안전화나 안전모 착용 같은 안전관리가 에프엠”이라면서도 “(개인이 아닌) 팀으로 오시려면 직접 다 사 들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안전장비 지급은 사용자 의무인데도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씨는 다음날에는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 협력업체인 ㄷ전기공사업체에 취업을 문의했다. 업체 팀장이라고 밝힌 관계자는 “안전화를 준다”면서도 “요즘 안전화 질이 좋지 않으니 신고 있던 게 있으시면 신고 오시라”고 권유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1월까지 두 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다”며 “당시에도 두 업체 모두 안전화를 주지 않으면서 지급대장에 서명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노동자들이 서명한 안전장비 지급대장을 원청에 제출해 안전장비 비용을 받는다. 원청에서 비용을 받으면서도 장비 지급에 인색한 것이다.

안전장비 지급의무는 협력업체에 있지만 원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동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추락이나 전도를 포함해 산재발생 위험이 있는 22개 장소에서 하청노동자가 일할 경우 원청 사업주가 안전장비 지급을 포함한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한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두 업체에 유선상으로 확인한 결과 안전화를 비롯해 장비를 정상적으로 지급한다고 들었다”며 “문제제기를 한 근로자분께서 구체적으로 제보하면 사실확인을 하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가 녹음한 음성파일에서는 협력업체가 안전장비를 외부로 빼돌린 사례도 확인됐다.

평택지역에서 인력소개소를 운영하는 신아무개씨는 2015년 11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의 ㅂ업체 총괄이사의 강요로 안전모와 안전조끼·안전벨트 200만원어치를 샀다. 현장 안전교육을 수료해야 지급되는 현장출입증과 식권도 85만원어치 샀다.

해당 업체는 노동자들에게 주는 일당에서 두 시간 현장 안전교육을 제외하기도 했다. 신씨와 친분이 있던 이씨는 지난해 12월께 이 사실을 알았고, 업체에 항의했다. 이씨와 업체 총괄이사가 이달 2일 밤 통화한 음성파일에서 총괄이사는 “내 잘못을 알고 있으니 200만원을 받으라”고 입막음하려 했다.

기초안전교육 안 받은 노동자 현장 투입

산업안전보건법은 4시간의 건설업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은 노동자들만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노동자가 현장에 투입된 정황이 있다.

이씨는 지난 3일 K업체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함께 일할 동생이 기초교육증이 없는데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없어도 된다. 나도 어제 바로 현장에 들어갔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공사는 건설업체가 아닌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에 발주하지 않고) 직접 발주했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직접 발주하면 삼성전자가 원청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아르곤가스 질식사고와 12월 추락사고 이후 삼성전자측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등 일부 개선된 점이 있지만 현장 안전관리는 아직도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에서는 1만5천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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