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이 노조 자유게시판에 집행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회사가 중징계를 내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경북 구미에 있는 LG실트론에서다. LG실트론은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생산업체로 올해 1월 SK에 인수됐다.

7일 노동계에 따르면 LG실트론 직원 김아무개씨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정직 2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노조 게시판에 유언비어·허위사실을 게시했다는 이유다.

SK가 LG실트론을 인수한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자유게시판에 "노조 대응이 미흡하다"는 취지의 비판글이 올라왔다. 이른바 '눈팅'만 하던 김씨는 지난달 8일 노조를 비판하는 짧은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김씨는 '차기 위원장 하실 분'이라는 제목으로 "차기 위원장 하실 분들. 내년에 위원장 선거 출마하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이번에 발생된 논란과 노조농단에 대해서 각자 생각이 있을 거 같은데, 한번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썼다.

그는 "SK 인수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되면서 전사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는데, 노조위원장이 게시판에 '새로운 친구에게 또다시 이별당하지 않도록 돈 벌어다 줍시다'라는 글을 올린 걸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노조위원장이 무능한데도 자리를 유지하고 권리를 취하는 것 같아 비판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글을 올린 이튿날 김씨를 찾아온 회사 노경팀은 "노조농단이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곧이어 열린 징계위원회에서도 회사는 '노조농단' 문구에 집중했다. 징계위원들은 "노조농단이 무슨 의미냐"며 "회사가 금전적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냐. 노조가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냐"라고 캐물었다. "2천여명이 보는 자유게시판에 이런 글을 쓰며 잘못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냐"고도 했다.

김씨는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으로서 노조 게시판에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며 "노조집행부를 비판하는데 왜 회사가 나서 징계를 하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심에서도 정직 2개월 양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노조집행부와 조합원의 의견충돌에 회사가 개입해 징계하는 것은 노조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이달 2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했다.

한편 LG실트론 관계자는 "사실에 근거해 사규에 따라 징계위를 열어 징계한 것"이라며 "본인이 억울하다면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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