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8.17 목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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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현장실습 여고생 죽음 뒤에는…] 심리상담지에 기록된 '잔혹한' 일터동료학생들도 업무스트레스에 "출근하기가 싫다" … 표준협약서 '무용지물' 학교도 나 몰라라

“성과 부담에 고객을 상대하려니 스트레스 받아요.”
“출근할 때마다 불안해요.”

올해 1월24일 전주시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홍아무개(19)양과 함께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일했던 친구들의 말이다. 유족은 홍양이 과도한 영업실적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이겨 내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양이 늦게까지 일하거나 울고 들어온 날이 많았고, 영업실적과 관련해 상사의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센터측은 “이상 징후가 없었다”고 반박해 왔다.

하지만 센터의 현장실습생 대부분이 감정노동이나 영업실적 압박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담결과 9명 중 6명 고통 호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라북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상담센터인 전주덕진위센터가 지난달 15~16일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 현장실습생 9명을 대상으로 면담한 보고서를 7일 공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면담한 9명의 실습생 중 6명이 감정노동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나 실적과 관련한 중압감을 호소했다.

한 실습생은 “업무와 팀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감, 무시하는 고객을 응대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고객을 상대하면서 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위센터 전문상담사 역시 “업무상 대응전략의 부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소견을 밝혔다.

한 여고생은 “실적이 잘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고, 상담사는 “업무 스트레스가 많아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한 것 같다”고 보고서에 기록했다. “(고객과의) 전화업무를 6시에 끝내도 통화 중 바로바로 해결하지 못한 일을 처리하면 6시 퇴근이 어렵다. 함부로 하는 고객들을 만나면 당황스럽고 대처가 어렵다”고 상담사에게 말한 실습생도 있었다.

한 실습생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출근하기 두렵다고 했다. 이 실습생은 “아침에 회사에 출근할 때 오늘도 ‘가야 되는구나’ 하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무서운 고객을 만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홍양도 숨지기 며칠 전인 1월19일 “내일도 회사를 가야 되는구나, 아~”라고 SNS에 글을 남겼고, 다음날 출근하지 않았다. 한 실습생은 “업무특성상 다짜고짜 욕하는 사람도 있고, 상품을 팔아야 하는 직업이라 힘들긴 하지만, 금방 풀리는 성격”이라며 후속 상담을 거부했다. 그런데 상담사는 “중등도 우울과 불안상태 경향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홍양이 숨진 뒤 “업무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았고 6시 이후에는 일한 적 없다”고 밝힌 센터측 해명과는 달리 홍양의 친구들도 스트레스와 압박감, 연장근로에 시달리고 있었던 셈이다. 홍양의 경우 고객들이 인터넷·IPTV 계약해지를 막는 해지방어(세이브) 부서에서 일했는데, 이 부서에는 지난해 9월부터 10여명의 현장실습생이 일했지만 지금은 두 명만 남았다. 그만큼 힘든 일이라는 얘기다.

표준협약서도 어긴 채 급여 지급
이용득 의원 “특별근로감독 해야”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LB휴넷 대표와 홍양, 그리고 홍양이 다니던 전주생명과학고 교장이 서명한 현장실습표준협약서와 달리 실제 급여가 적게 지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9월2일 체결된 협약서에 따르면 홍양의 급여는 하루 7시간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월 160만5천원이다. 하지만 같은달 8일 홍양과 LB휴넷이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근무 개월수에 따라 기본급이 적게는 113만5천원, 많게는 134만5천원으로 책정됐다. 실제 홍양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받은 월 임금총액도 최저 86만4천500원이었고 최고 137만1천원밖에 안 됐다.

그런데도 전주생명과학고 현장실습 담당교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현장 순회지도를 한 뒤 “근로시간 및 임금은 표준협약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교장에게 보고했다.

전주고객센터장과 운영팀장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의 전화와 문자메시에 응답하지 않았다. 전주생명과학고는 교장과 학생부 주임교사를 연결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회신하지 않았다.

이용득 의원은 “이번 사건은 기업이 현장실습 청소년을 일회성 소모품처럼 이용하면서 벌어진 사회적 타살”이라며 “현장실습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것은 물론 고용노동부가 해당 업체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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