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사내하청업체들이 물량감소에 따라 올해 초부터 대규모 무급휴직과 임금삭감을 강행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지회장 하창민)는 7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불법 정리해고가 자행되는 사태를 예방·단속하기 위해 조선소 하청업체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지회에 따르면 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사내하청 노동자 1만4천명을 줄이는 내용의 생산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사내하청노동자는 2만8천명, 현대미포조선은 7천명 수준이다. 작업물량이 줄어들면서 올해 현대중공업에서 1만200명, 현대미포조선에서 3천8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에서만 2천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들은 생산물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무급휴직을 보내거나 임금을 삭감한다. 기본급이 평균 5%가량 삭감됐고, 일당제를 시급제로 전환하거나 수당을 없애기도 한다. 이형진 지회 사무장은 "퇴직금을 떼이거나, 퇴직금 없는 조건의 근로계약으로 갱신을 강요하거나, 무급휴직 강제서명을 받고, 실업급여라도 받으려면 사직하라는 방식으로 하청업체들이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내쫓고 있다"며 "무급휴직과 임금삭감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출근정지 명령을 내리는 등 현장이 무법천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회가 조사한 결과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사내하청 92곳 중 80곳 이상이 강제로 무급휴직을 하고 있다.

조선업 고용위기 한파가 하청노동자들을 덮치는데도 정부 손길에서는 사실상 배제돼 있다. 정부는 무급휴직 실시 전 1년 안에 1개월 이상 유급휴업을 받은 조선업 노동자를 지원대상으로 정했다. 그런데 하청업체는 매달 원청으로부터 기성금(도급비)을 받아 임금을 지급한다. 무급휴직 지원금을 받으려면 하청업체 자체 자금으로 최소한 한 달은 유급휴업을 해야 한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인력공급업체에 불과한 하청업체 중에서 이만한 여력을 가진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하청노동자 고용을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창민 지회장은 "지불능력이 없는 하청업체들의 퇴직금 문제 해결과 집단폐업 사태를 막기 위한 원청의 기성금 현실화 같은 대책이 요구된다"며 "조선업 호황기에 막대한 부를 축적한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울산시에 출연하고, 울산시는 이를 종잣돈 삼아 신용보증재단에 지원을 받는 방식으로 하청노동자 고용을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노동부를 상대로는 하청업체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하청노동자 생존이 위협받고 있어 부당해고 구제신청·임금청구를 비롯한 법률 대응을 신속히 전개하겠다"며 "노동부에 전수조사 실시를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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