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국가의 예산수립 단계부터 노동기본권 강화와 국가 차원 노사관계 구축, 좋은 일자리 창출 등 노동존중가치를 반영하는 노동인지예산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의 사업과 예산이 노동기본권과 노동생활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예·결산 계획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세계 최초 노동인지예산제도 도입 필요성 및 발전방향’ 정책연구발표회를 열었다. 이용득 의원은 인사말에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우리도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놓이게 됐다”며 “정부가 관료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나라 중앙 단위에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불확실한 노동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노동정책은 경제주체 모두의 문제인 만큼 국정운영 입구단계부터 노동존중가치를 예산에 반영하는 노동인지예산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산 수립시 노동에 미칠 영향 분석

연구용역을 맡은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저임금·차별·불평등 노동현실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노동정책이 경제정책 하위 영역에 규정돼 있는 한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인지예산이 정부의 예·결산에 노동존중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에서는 무기계약직 전환 또는 간접고용 방기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고용정책과 재정정책을 접목하는 노동인지예산제도를 도입하면 예·결산에 좋은 일자리 같은 노동의제를 관철할 수 있다. 고용뿐 아니라 노사관계와 노동 3권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입법방식으로 특별법보다는 국가재정법과 국가회계법에 조항을 삽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정부 정책으로 실시하는 방안도 있지만 지속성·구속성을 담보하려면 입법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 19대 국회에서 고용인지예결산제도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정희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된 적이 있다. 2009년부터 실시된 성인지예산제도의 경우 여성정책기본계획에 따라 부처별로 자체적으로 성평등 목표를 제시한 뒤 관련 예산을 지정하고 결산을 통해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한다.

고용영향평가제도도 비슷한 취지로 운영된다. 2009년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010년부터 각 부처 일자리 핵심 사업을 포함한 7개 사업에서 시범 실시를 하고 있다.

이용득 의원 국가재정법·국가회계법 개정안 준비

김 교수는 이날 노동인지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정책목표 수립과 정책평가 준거틀인 ‘노동존중 기본계획’과 구체화된 척도로서 ‘노동존중가치 지표’를 공개했다.

정부가 정책목표로 추진하는 노동정책으로는 노동기본권 보장과 국가 차원 안정적 노사관계 구축, 좋은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이를 위해 △노동시간단축 목표제 △청년실업 의무고용제·청년고용증대세제 △비정규직 정규직화 같은 세부 실현방안 마련이 과제로 제기됐다.

노동존중가치 지표로는 △고용기회 확대와 고용의 질(고용기회·고용평등성·비정규직 남용 억제) △노동시간과 노동강도 △산업안전 △휴일·휴가 △임금(임금수준·임금평등성) △후생복지(법정복지준수·비정규직 복지차별) △노사관계(노조·노조활동 보장·노사갈등·의사결정 참여) 등을 들었다.

김 교수는 “고용노동부에만 머물지 않고 경제·복지·산업정책을 망라해 노동존중가치 중요사업 목록을 작성해 평가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회에는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정길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김준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한편 이용득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노동인지예산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국가회계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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