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국정농단 사건 배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박영수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사익 추구를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운영했고, 이를 통해 433억원대 뇌물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시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특검은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 몸통으로 지목한 것이다.

◇박 대통령 13개 혐의 적용=박영수 특검은 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박 특검은 “특검 수사의 핵심 대상은 국가 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과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부패 고리인 정경유착”이라며 사건의 핵심에 국가 권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에게 13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적용한 8개 혐의에 뇌물수수 1건·직권남용 3건·의료법 위반 1건 등 5개 혐의를 추가했다. 특검은 뇌물수수와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 승진에 개입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에 박 대통령을 공모자로 적시해 재판에 넘겼다. 나머지 혐의는 검찰로 이관했다.

특검은 이날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모해 삼성그룹에서 300억원대의 뇌물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약속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433억2천800만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대가다. 박 대통령은 2015년 6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챙겨 보라”고 지시하는 등 삼성 지원에 적극 나섰다.

삼성은 그 대가로 최씨 소유의 코레스포츠에 213억원 지급을 약속하고,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220억2천800만원을 지원했다.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박 대통령과 최씨의 사익을 위해 설립된 법인이라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삼성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투자 유치, 환경규제 관련 지원을 추진하는 등 각종 특혜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대면조사 불발로 세월호 7시간 못 밝혀=박 대통령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과 공모해 정유라가 전국승마대회에서 준우승한 것을 문제 삼아 대한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하고, 감사를 실시한 노태강 전 문광부 체육국장이 최순실쪽 문제를 제기하자 사직을 강요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도 박 대통령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걸림돌을 제거하는 방식도 유사했다. 특검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김종덕 문광부 장관은 2014년 9월께 대통령과 공모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3명의 실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고 직권을 남용했다"고 했다. 또 최씨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 승진에 박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발표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차명 휴대전화로 사안마다 의견을 조율했을 것으로 봤다. 박 대통령은 최씨와 지난해 4월18일부터 10월26일까지 573회 통화했고, 최씨가 국정농단 의혹으로 독일에 머물던 지난해 9월3일부터 10월30일까지 127회에 걸쳐 통화했다.

특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미용시술을 받았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시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피부과 자문의 정기양 교수와 성형외과 의사 김영재 원장으로부터 각각 3회와 5회에 걸쳐 미용시술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은 “김영재가 대통령에게 피부미용 시술을 한 것으로 밝혀진 시기와 미용사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날을 비교할 때, 주로 미용시술이 있었던 날(또는 그 다음날)은 미용사들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며 “세월호 당일에도 미용사들이 출입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미용시술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이 실행되지 않아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대통령의 구체적인 행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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