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면서 사회서비스 영역의 공공영역 전환 논란이 일었다. 현재 보육·요양·장애인 활동보조 같은 사회서비스의 95%는 민간에서 공급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간운영에 따른 서비스 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공적규제를 강화하고 공공부문 표준모델을 만들어 운영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영역 비율을 높이면 민간영역 기관 난립으로 인한 과당경쟁 관행과 부실기관을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영역 확대가 양질의 민간영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이고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사회서비스시장화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자격 미달 업체 퇴출, 공공부문 흡수=사회서비스 종사 노동자는 1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민간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과당경쟁 구조로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자와 수급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민간중심 공급구조에 대한 공적규제를 강화해 퇴출기관을 공적영역에서 흡수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김 연구실장은 “사회서비스 사업은 주요 재원이 보험료나 국고 등 공적으로 조성되지만 공적 관리나 통제는 미약한 수준”이라며 “서비스 질이나 고용조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기준에 미달하는 시설을 적극적으로 퇴출하고 공공영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자체 운영모델'에 주목했다. 그는 “사회서비스의 공적 운영체계 전환 과제를 국가나 국회 차원의 과제로만 상정한다면 의미 있는 진전이 불가능하다”며 “지자체를 통해 자체적인 목표와 계획하에 모범사례를 제도적으로 안착하고 확대하는 과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현 가능한 모델로 지자체 출연 사회서비스재단을 제시했다.

◇“기존 사업자 반발 대응이 관건”=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공공부문 확대가 고용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는 있지만 곧바로 서비스 질을 높인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며 “서비스 질 문제는 전달체계 개편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서비스부문에 자원 투여량 자체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시설을 퇴출하고 국공립 직영시설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면 표준운영모델 확산을 통한 시장질서 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위탁 방식으로 시장화돼 있는 기존 사업자들의 저항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연구형 어린이집과 서울시복지재단의 서울시 공공장기요양시범사업 같은 서비스 표준운영모델을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공공직영기관에만 공적 재원을 투입하면 민간이 어떻게 경쟁을 하느냐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민간에 적정 모델을 제시하고 경영 컨설팅을 지원해 정책 갈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철 연구실장은 “민간중심 공급구조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사회서비스 공급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복잡한 정치적 과정일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 계획과 방향을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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