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발전하려면 산별을 3~5개로 재편해야 합니다. 제조·교육·서비스·공공처럼 큰 영역으로 묶어 산별마다 조합원 10만명이 있는 조직으로 가야죠. 산별노조와 지역본부를 재편해야 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내셔널센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올해 서비스연맹은 10만명까지 조합원을 늘릴 계획입니다. 연맹이 민주노총의 조직재편 계기를 마련할 겁니다.”

강규혁(49·사진)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조직개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사람으로 치면 22살 청년이다. 그래서일까 산별 조직 간, 정파 간 갈등이 만만치 않다. 촛불민심으로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열망이 높은 올해는 대선 방침을 두고 혼란스런 상황이다. 그럼에도 구조조정·비정규직·최저임금·특수고용직 문제에서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민주노총은 2015년과 지난해 대규모 민중총궐기를 조직해 박근혜 정권에 맞섰다.

강규혁 위원장은 올해로 스물두 살이 된 민주노총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산별노조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16개 산별노조를 최소 3개에서 최대 7개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산별 조직마다 10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17개 시·도 지역본부를 세워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그래야 산별노조가 산업별·지역별 현안에 대응하고 정부의 산업·노동정책에 개입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봤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연맹 사무실에서 강 위원장을 만났다. 연맹은 2014년 민간서비스연맹에서 ‘민간’자를 뗐다. 이후 학교비정규 노동자와 택시노동자, 대리운전 기사 등이 가입했다. 최근에는 공공비정규직노조의 연맹 가입을 승인했다. 현재 연맹 조합원은 7만여명이다.

“연맹, 독일 베르디 모델 추구”

- 최근 몇 년간 조합원이 급증했는데.

“연맹 이름에서 '민간'이라는 글자를 뗀 뒤 전체 서비스업종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연맹은 2년 전만 해도 민주노총의 조직질서를 위배한 일이 없었다. 애초 서비스연맹에 가입해 있던 제주지역 관광노조들이 공공운수노조 제주지부에 가입했다. 원칙에 어긋났지만, 운동적 측면에서 용인했다. 민주금융노조 6천명, 코카콜라노조 1천200명이 연맹 가입을 신청했지만 민주노총 조직질서에 맞지 않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연맹 단위노조였던 강원랜드노조가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는 일을 겪으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 서비스노조 모델을 연구해 연맹의 정체성을 독일 산별노조 베르디(Ver. di)로 설정했다. 베르디는 소산별이 모여 하나의 산별을 구성하고 있다.”

-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아니다. 연맹은 조직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중재 역할을 했고, 당사자들의 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3월에 민주연합노조와 지역일반노조가 통합한다. 지난해 9월 공공비정규직노조가 연맹에 가입신청서를 냈다. 연맹은 공공비정규직노조의 친정이 민주연합노조인 만큼 통합할 때 공공비정규직노조도 들어가기를 바랐다. 세 차례에 걸쳐 지도부와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민주노총이라는 큰 우산 안에서 함께 노동운동을 할 수 있도록 공공비정규직노조의 연맹 가입을 승인했다. 욕을 먹더라도 민주노총의 우산에서 건강하게 함께 운동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공공비정규직노조 가입이 조직갈등으로 연맹을 찾는 마지막 경우가 되길 바란다.”

“10만 조합원, 10개 소산별 만들겠다”

- 연맹이 무리하게 조직을 확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연맹을 특정 정파가 모이는 산별연맹이라고 억측하기도 한다. 맹세코 단 1%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 민주노총의 조직질서는 엉망인 상황이다. 조직갈등을 해소하려면 16개 산별을 제조·교육·서비스·공공 등의 영역으로 구분해 5~6개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 중앙은 내셔널센터 역할을 하고, 산업과 지역의 노동문제는 산별이 책임지고 투쟁하면 된다. 민주노총 차기 지도부가 선출되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산별 재편방안을 결정해야 한다. 지도부 임기 3년 동안 유사산별을 통합하는 일을 해야 한다. 지금의 조직갈등이 향후 산별 조직재편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본다.”

- 조직재편과 관련한 방안이 있다면.

“연맹은 2018년까지 조합원을 10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7만명쯤 된다. 구호로만 10만명을 외치는 게 아니다. 수년간 노력한 끝에 대리운전 기사 5천명을 조직했다. 다양한 서비스업종이 연맹에 가입해 있다. 10월에는 마트산별노조가 출범한다. 전국 대형마트에 노동자 수만명이 일한다. 마트 협력업체까지 따지면 셀 수도 없다. 연맹에 10개의 소산별노조를 만들 생각이다. 서비스업종별 소산별노조가 노동자들의 우산이 될 것이다.”

“서비스노동자도 쉬면서 일해야”

- 서비스업종 노동환경이 좀체 개선되지 않는 거 같다.

“노동운동 역사는 노동시간단축의 역사다. 서비스업종은 나쁜 일자리투성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서비스노동자들에게는 저녁도, 주말도, 휴일도 없다. 물론 아예 개선되지 않은 건 아니다. 15년 전에는 감정노동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다.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서비스노동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거다. 이제는 노동의 질을 바꿔야 한다.”

- 의무휴업일을 백화점과 면세점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외환위기 이전에는 백화점들이 매주 1회 휴점했다. 백화점업계 경기가 안 좋으니 한동안 월 2회 휴점하자고 하더라. 지금은 휴점일이 아예 없다. 한동안만 하자고 했는데 벌써 20년이 됐다. 백화점도 의무휴업일을 도입해야 한다. 영업시간을 무한대로 늘려 매출을 늘리는 정책은 전근대적이다. 의무휴업일을 도입하면 오히려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 서비스 질이 높아지면 고객 소비도 증가한다. 휴일이 늘어야 서비스노동자도 소비를 할 수 있고, 지역경제도 좋아진다. 경제가 선순환하는 것이다. 노사정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유연근로제를 도입해 휴식시간을 늘리자고 하는데, 혜택이 일부 업종에게만 돌아가선 안 된다. 서비스업종도 뒤따라가야 하지 않겠나.”

“서비스·특수고용직 노동권 강화 논의 시작해야”

- 연맹에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많은 것 같다.

“대리운전·퀵서비스·학습지교사·경기보조원을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특수고용 노동자가 있다. 노동 3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랫동안 싸웠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들의 노동 3권을 따 내야 한다. 민주노총도 몇 년 동안 특수고용 노동자 투쟁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했다. 언론에서 이 문제가 부각되면 잠깐 이슈가 됐다 사그라들었다. 올해 노동 3권을 쟁취하지 못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른다. 10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올해는 특수고용직의 노동 3권을 확보하는 법 개정 투쟁에 집중할 계획이다.”

- 조기 대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연맹의 대선전략은.

“3월7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끝난 뒤 대선전략을 수립할 생각이다. 서비스노동자의 노동의제를 정리해 대선후보에게 전달하고 입장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서비스노동에 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 지금이 정권교체 적기이자 서비스노동자 노동권 개선의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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