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회사의 노조탄압에 따른 스트레스로 중증 정신질환을 앓았던 고 한광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의 장례식이 목숨을 끊은 지 1년여 만에 치러진다. 3번이나 지회 대의원을 맡았던 고인은 회사에서 11번 고소를 당했고 5번 경찰조사를 받았다. 그는 2013년 지회가 전문가에 의뢰해 진행한 다면적 인성검사(MMPI)에서 우울증 고위험군 진단을 받았다. 고인은 회사로부터 3차 징계를 위한 사실조사 통보를 받고 사흘 뒤 주검으로 발견됐다. 한씨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회사는 지회와 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무려 1천300여건의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제기했다. 파업으로 인한 후유증은 컸고 결국 노동자들은 정신질환을 얻고 목을 맨 것이다.

누가 한광호씨를 벼랑으로 내몰았나

노사 갈등 상황에서 검찰은 회사 편이었다. 노조는 한씨의 죽음 배후자로 현대차·유성기업·창조컨설팅과 함께 검찰을 지목하고 있다. 지회는 직장폐쇄 등 노조파괴 행위가 시작됐던 2011년 5월부터 2012년 10월 사이 현대차·유성기업 등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검찰에 다섯 번이나 이들을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3년 12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지회가 낸 재정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재판을 진행한 끝에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지난 17일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그렇게 선고까지 1년이 걸렸다. 이제서야 미뤄진 장례를 치르게 됐다. 금속노조와 한광호열사투쟁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맞서다 우리 곁을 떠난 한광호 열사 장례를 다음달 4일 민주노동자장으로 치른다"고 밝혔다. 노조와 대책위는 이날부터 다음달 4일까지를 한광호 열사 추모주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 있는 검찰·법원·현대차 앞에서 기자회견과 추모집회를 개최한다.

뒤로 숨은 현대차가 적폐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노조파괴 없는 세상! 한광호 열사 민주노동자장'을 치른다. 2일 오후에는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추모기도회를 연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빈소는 충북 영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4일 오전 발인을 한 뒤 고인이 다녔던 유성기업 영동공장에서 노제를 지낸다. 현대차 본사 앞에서 영결식도 개최된다.

장례로 끝날 일이 아니다. 노동계는 원청 대기업이 협력사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행태를 뿌리 뽑기 위해 현대차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회는 지난해 2월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개입한 현대차를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지 않자 지난해 9월과 이달 14일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사안을 추려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고소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검찰은 현대차를 상대로 수사도 진행하지 않았고, 노골적인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검찰은 노조파괴에 따른 노사갈등이 6년이나 이어지도록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금속노조 등은 28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회의 재정신청을 인용할 것을 법원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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