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집배인력 9명이 배달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뇌출혈 같은 질병으로 쓰러졌다. 7명은 심혈관계질환으로 숨졌다. 심혈관계질환의 주요 원인은 과로다. 과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달 6일 숨진 집배원은 일요일(5일)에도 출근해 다음날 배달을 위해 우편물 분류작업을 했다. 토요집배는 가뜩이나 장시간 노동을 하는 집배원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사고가 잇따르는데도 우정본부는 지방우정청에 “장시간 근로로 오해받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본부 스스로 과로사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진실을 여실히 보여 준 셈이다. 집배원 장시간 노동 해법은 무엇일까.


중대재해발생 사업장, 노동부 특별조사 필요
이정미 정의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 이정미 정의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편집배 노동자들의 산재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427건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 1년간 9명이 사망했다. 조사 결과 노동자 상당수는 평소 주말을 제외하고 평균적으로 10시간에서 12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식사 중 업무에 응대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전체 노동시간은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만성적인 장시간 노동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물량이 줄고 있고 본부가 집배인력을 증원해 매년 근무시간이 단축됐으며, 앞으로 안전사고 및 건강관리 또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망 원인을 안전사고와 개인건강 차원의 문제로 본 것이다. 지난해 교통사고를 제외한 사망자 중 공무상재해를 신청한 3명 모두가 공무상재해로 인정받았다.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는 우정사업본부의 주장은 거짓인 셈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공무상 사망자가 9명 발생한 우정사업본부는 중대재해발생 사업장이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따라 시급히 중대재해특별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간 우정사업본부는 노동시간을 왜곡해 인력운영을 잘못했으면서도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했다. 이번에도 방관한다면 노동부는 직무유기를 저지르는 것이다.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시급히 집배업무에 적정 인력운영을 정착시켜, 장시간 노동과 불합리한 업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폐지 시급하다
최승묵 전국집배노조 위원장

▲ 최승묵 전국집배노조 위원장

지난 20일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근무여건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1년 동안 9명이나 죽어 나가는 이유에 대해서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죽음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는 정도의 입장을 듣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대책을 보니 이마저도 진심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집배인력 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도 없을뿐더러 전체 국민 사망률보다 낮다는 수치를 들이대며 고인들을 욕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집배원 죽음의 행렬은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정본부가 사건 해결의 가장 기본인 올바른 진단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정본부는 집배원의 무료 노동시간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누락해 실제 근무시간을 축소 발표하고 있다. 이도 모자라 ‘국민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오해하니 일찍 출근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현장의 정서는 분노를 넘어 참담함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다. 우정본부는 이미 수차례 집배인력 증원 약속을 어겼기에 집배원들은 이번에도 ‘집배인력 증원’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집배인력 증원에 미온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집배원을 줄이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1천900여가구 정도 되는 소포위탁 가구를 2025년까지 1만1천155가구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공공기관의 모든 기획 중에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정사업본부는 시대착오적인 기획으로 앞으로도 예견된 과로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과도하게 허용되고 있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폐지해야 한다. 현재 우정본부가 이 법을 악용해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을 무한히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노동조합의 힘으로 현장이 강해져야 한다. 집배원들이 스스로 관리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일한 만큼 돈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실현되는 날이 죽음의 기업 우정본부에서 과로사라는 악순환이 없어지는 날일 것이다.


부족인력 충원해 집배원 피눈물 닦아라
김명환 우정노조 위원장

▲ 김명환 우정노조 위원장

매년 5~6명의 집배원이 교통사고, 장시간 근로에 따른 피로누적으로 사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350여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보편적 대국민 서비스인 우편산업이 집배원의 땀과 눈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우정본부는 집배 여건 개선대책을 내놓으며 집배원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2016년 2천531시간(주 48.7시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정노조 의뢰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집배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천876시간(주 55.1시간)이 넘었다. 우정본부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우정본부는 장시간 중노동에 대한 사실관계 설명에서 최근 5년간 우정사업 종사원 사망자가 190명으로 이 중 86명이 집배원이며, 연령대도 40~50대가 150명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배원의 중노동에 따른 업무적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직업병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신도시와 혁신도시·신산업단지가 생기고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배달은 증가하는데 연간 병가자나 사고자 증가에 대비한 예비인력은 없다. 동료 집배원 부재시 그가 담당하던 배달구역까지 다른 집배원이 점심까지 거르면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부족으로 많은 집배원들이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우정본부는 ‘현업관서 소요인력 산출기준 세칙’대로 예비인력을 운영해야 한다.

10명이 사는 가난한 마을에 1명의 부자가 이사를 오면 마을 전체의 평균적인 부는 증가하겠지만 그 마을은 여전히 가난하다. 평균은 평균일 뿐, 인력부족 원인을 세분화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집배 부하량 측정 개선을 통해 부족인력을 충원해 집배원들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한다. 즉각적인 인력충원을 요구한다.


숨겨진 노동 찾고, 집배노동 공공서비스로 인식해야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집배원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55.9시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노동시간은 더 길다. 집배 노동의 구조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업무 특성상 업무개시 전에 출근해 일을 준비해야 한다. 업무가 끝나도 남아서 일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업무의 기한이 정해져 있고, 기한을 반드시 맞춰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숨은 노동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력부족 문제는 숨은 노동시간을 더욱 늘리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 정부 들어 공공부문의 효율화가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집배 업무 역시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공서비스라는 인식이 희석되고 있다. 집배 업무를 경영 효율화의 관점이 아닌, 국민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전제돼야 인력부족이나 적정노동시간 초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상 기준이 되는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에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12시간을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시간 특례제도로 인해 서비스·운수업에서는 그 이상도 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해당 업종 종사자들이 주 80시간까지 일하는 경우도 생긴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특례제도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특례제도 폐지가 대선 과정에서 노동시간단축의 주요한 전략이 되길 바란다.


우정본부, 장시간 노동 현실 인정하라
김동근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 김동근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집배원 노동자의 사망이 비극적인 이유는 매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양상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감에도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별기(명절·선거기간)나 폭주기(매달 14~22일 사이 우편물이 많은 시기)에 많은 집배원이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해 사망한다. 특별기·폭주기에 폭설이나 폭우가 겹치면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다. 신도시에서는 인력부족으로 과로사하기도 한다. 집배원 사망사고는 원인과 대책이 명확하고 막을 수 있음에도 반복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살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원인은 명확하다. 집배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조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배원들은 평상시에도 주당 50시간을 훌쩍 넘겨 일하고 폭주기에는 70시간, 특별기에는 80시간 넘게 일한다. 연간 노동시간이 3천시간에 달한다. 부족한 인력에 예비인력도 전혀 확보되지 않아 동료가 질병·사고로 일을 쉬면 남은 사람들이 그 일까지 떠맡아야 한다. 과도한 업무량과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안전하게 배달하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집배원 노동시간 실태와 장시간 노동의 원인에 대한 투명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우정본부는 집배원 노동시간을 연간 2천500시간으로 본다. 연간 2천500시간도 장시간 노동이지만 실제 노동시간보다 축소된 것으로 판단한다. 장시간 노동의 원인에 대해 우정본부는 “집배원의 초과근무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집배원들이 초과근무수당을 고정 보수처럼 생각하는 등 관리부재로 인한 고정관념”이 만연한 것을 원인으로 파악한다. 실태와 원인에 대한 집배원 당사자의 인식과 우정본부의 인식은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건설적인 대책을 논의하기 어렵다. 집배원 사망사고는 반복해서 일어나는 엄연한 현실이다.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으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첫발을 내디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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