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들면서 정치권은 일제히 대선모드로 돌입하는 것 같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이면서 대선 예비주자들의 공약도 경쟁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중 가장 선두에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20일 '주간 문재인' 공개촬영을 통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 관한 공약을 밝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예비후보는 “모든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기준을 세우겠다”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을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언급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덧붙여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소 황당한 표현은, 아마도 헌법과 노동법에 무지한 보좌진이나 언론사 기자의 실수일 거라고 추측하겠다.

문제는 문재인 예비후보의 공약에서 과거에 대한 성찰이나 냉철한 인식과 의지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라는 것, 구체적으로 노동 3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이미 2000년부터 특수고용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의 일관된 입법요구였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유사 근로자’ 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부르면서 노동법적 보호를 부여하는 데 반대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동법상 ‘근로자’로 보고 근로조건에 대한 보호와 노동 3권 보장, 사회보험 당연적용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정부 입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를 특별법으로 일부 보호하지만 노동 3권을 보장하지 않고, 특히 단체행동권을 금지하는 김진표 의원안이 그것이다. 이 법안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18대 국회에서도 김상희 의원안으로 옷을 바꿔 입고 민주당 당론법안이 됐다. 2012년 19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의 활동을 통해 비로소 민주당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김경협 의원안으로 발의했지만, 법안 통과를 위한 적극적 활동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1월12일자 칼럼에서 밝힌 것처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마저 스스로 걷어찼다.

문재인 예비후보가 약속하는 산재보험·고용보험 의무화 역시 문제가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다만 특례 가입하도록 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뤄졌다. 특수고용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시행령을 통해 일부 직종에 한해서만 특례 가입을 허용한 것이나, 임의탈퇴가 가능하도록 한 것, 보험료의 절반을 노동자가 부담하도록 한 현행 산재보험법의 설계는 바로 노무현 정부가 한 것이다.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이런 노무현 정부의 산재보험법을 모델로 해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특례 적용을 추진한 바 있다.

문재인 예비후보의 이번 공약에는 민주당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과거 실책에 대한 성찰이나 평가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다른 예비후보들이나 18·19·20대 국회의원 그 누구에게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진행한 정리해고제 입법화, 기간제법·파견법 제정과 개악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의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과거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이 없다는 것은 뻔뻔함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내놓은 공약들이 냉철한 현식인식이나 실현을 위한 계획과 의지가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문재인 예비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진정성이 있다면 지금 이정미·한정애 의원 발의로 계류돼 있는 노조법 2조 개정안을, 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경주하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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