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데 이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24일을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로 잡았다. 박 대통령이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뇌물 준 자 있으면, 받은 자도 있다=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7일 새벽 구속됐다. 특검은 18일과 19일 연이어 이 부회장을 소환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조사했다. 17일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대통령과 삼성 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대가성 거래 의혹이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검은 지난달 이 부회장 영장 기각 후 추가 조사를 통해 결정적 증거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확보했다. 수첩에는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 등이 수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뇌물수사의 마지막 퍼즐을 남겨 놓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뇌물죄 의혹에 대해 “공모나 누구를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며 “이 회사(삼성)를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주장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설득력이 떨어져 버렸다. 반면 특검의 청와대 상대 협상력은 커질 전망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됐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권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특검은 19시간에 걸쳐 박 대통령 직권남용과 관련한 의혹을 파헤쳤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방조하거나 묵인했다는 의혹과 함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을 좌천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남은 1차 수사기간 동안 우 전 수석과 박 대통령 조사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실제 우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중요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광부 장관·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이어 우 전 수석을 구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정농단 핵심 인물이 줄줄이 구속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면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서 특검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재판소 24일 최종 변론=이 부회장 구속이 탄핵심판의 변수로 떠올랐다. 대통령측은 “탄핵심판은 헌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절차인 만큼 이 부회장 구속과 탄핵심판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사유 중 대통령 권한 남용·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비롯한 법률 위배행위와 직결된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24일을 최종 변론기일로 잡았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퇴임일인 3월13일 이전에 탄핵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종 변론 후 선고까지는 통상 2주일이 걸린다.

16일 14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측은 “최종 변론을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며 “최소한 준비하는 데 5~7일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이미 지난 9일에 주장을 정리해 23일까지 내어 달라고 했다”며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거절의사를 밝혔다.

급기야 대통령 대리인단은 "최종 변론기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출석해 최후진술만 하고 국회나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되는지"를 질의한 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을 3월 초로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은 "이정미 권한대행 퇴임 이후로 탄핵심판을 미루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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