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회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최저임금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양대 노총이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심의·의결되지 않으면 위원회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시급 1만원 현실화를 위해 결정기준을 바꾸고, 최저임금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익위원 선출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매년 제기돼 온 최저임금 결정제도 개선 요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을 계기로 빨리 분출된 것이다. 최저임금위 위원들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 봤다.

공익위원을 정부위원이라 부르자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최저임금법 개정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필요하지만, 공익위원 제도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공익위원을 정부위원으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떨까. 공익이란 공공의 이익, 즉 사회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뜻한다.

그런데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공익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공정한 것도 환상이다.

정부가 자신의 입장을 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정부 입장이 없는 척, 노사 사이에서 공정한 척하는 것이 문제다.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를 통해 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도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논의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최저임금은 논의와 결정부터 현장 실행까지 책임성이 담보돼야 한다. 특히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실행해야 한다. 관련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논의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국민의 삶의 질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지만 많은 사람이 최저임금위 자체를 모른다. 최저임금법 개정 논의도 중요하지만 최저임금과 최저임금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가구생계 책임지도록 최저임금 인상해야
김종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직무
 

▲ 김종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직무대행

1988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출범한지 30여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비혼단신노동자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관행은 변하지 않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더라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평균 가구원수는 2명 내지 3명이다. 다수가 최저임금을 받으며 가구원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구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은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주도를 하고 있다. 정부가 임명하는 이들의 이력을 보면 평생 자본이나 정부에 부역해 온 편향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최저임금위가 가동 중인 상태인데도 고위공직자로 발령받아 떠나 버리는 공익위원을 접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이 최저임금 결정을 주도하는 현 상황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지금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단속의지도 없고, 적발하더라도 제대로 처벌도 하지 않아서 생긴 사회문제다. 단속과 처벌기준을 강화해서 최저임금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노동계는 자본과 정부가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최저임금 논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양대 노총을 비롯해 최저임금 1만원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과 함께 올해 사회적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는 민심을 제대로 받아들여 최저임금법을 올바르게 개정해야 한다.

결정 기준과 수준, 법에 명시해야
박대수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 박대수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국노총이 원하는 최저임금법의 개정방향은 명확하다.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하는 것과 일단 결정된 최저임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 수준의 최저임금 결정은 최저임금위원회 차원에서 노·사·공이 머리를 맞대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지금의 위원회 구조에서는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정책목표와 결정기준을 법에 명시해야만 들쑥날쑥한 기준과 잣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최저임금법에 소득분배 개선분과 생계비를 핵심 결정기준으로 적시해 심의시 반드시 고려토록 해야 한다.

한 번 결정된 최저임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법을 위반해도 시정조치로 끝나서는 절대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일 수 없다.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주에게는 기존 형벌에 더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징벌적 손해배상토록 해 최저임금 위반이 곧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최저임금 위반 유인을 줄일 수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빠른 시일 내에 법 개정이 이뤄져 최저임금으로도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산업현장 현실 반영해 제도 개선해야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1986년 말에 제정된 최저임금법은 지금까지 총 11차에 거쳐 개정됐다. 기업 현실이나 경제사회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최저임금 적용대상 확대, 감액규정 축소 등 근로자 보호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왔다.

그 결과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중소기업들은 범법자로 내몰리고, 경비원 등 취약계층은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이러한 현실은 외면한 채 가구생계비 반영 등 최저임금 인상을 목표로 하는 각종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보다 현실적인 최저임금제 구축을 위해서는 지난 30여년 간 심화된 업종·도농간 격차를 감안해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 최소한 현행법에 규정된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서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현장의 임금체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최저임금으로 인정되는 임금의 범위는 최초 법 제정 당시 규정된 채 그대로다.

통상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포함해 노동시장 환경변화를 최저임금에도 반영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와 더불어 최저임금 결정시 노사 간 불필요한 마찰이나 사회적 비용 낭비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거나 최저임금 적용주기 확대, 위원 수 조정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제도 개편은 현행 제도를 보다 현실에 부합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은 법 개정이 미칠 부작용을 신중히 검토하고 최저임금 인상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다.

획일적 최저임금 수준이 문제, 다변화 모색할 때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이나 최저임금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최저임금이 해마다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방법적인 문제보다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제가 지닌 단일성과 획일성 때문이다.

산업별·직무별·지역별로 업무 난이도나 요구하는 임금수준이 제각각이지만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하나로, 최저임금 수준을 획일적으로 규정한다. 국가책임으로 모든 것을 넘기니 논란이 많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의 다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에서는 연대임금제도나 산업별 최저임금 정착 같은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한다. 지역이나 직무 난이도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최저임금에만 집중하지 말고 공정임금 같은 개념을 생각할 수도 있다. 정부가 다양한 모형을 개발하고 제시하면 그에 따라 다양한 최저임금 기준이 산출될 수 있다.

노사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이 자기 결정권을 갖고 최저임금 수준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해 줘야 한다. 노사위원들이 자기 결정권 없이 노와 사라는 각자의 주장만 계속하면 결국은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제시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지금의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

이것이 어렵다면 노사 당사자는 빼고 노사 추천을 받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최저임금 결정기구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경우 노사는 물론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3의 독립기구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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