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파크 홈페이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앞으로 칭찬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김현수 이랜드파크 대표이사는 지난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애슐리를 비롯한 외식사업 브랜드에서 발생한 임금체불에 대해 공식사과했다. 지난해 10월6일 애슐리의 이른바 ‘15분 꺾기’ 행태가 드러난 지 125일 만에 회사 대표가 야당 의원을 향해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랜드파크에 대한 비난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랜드파크 체불임금 문제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2013년 10월 이후 근무자 중 임금이 체불된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상반기 중으로 지연이자와 체불임금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규직·계약직 직원들의 체불임금 지급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체불임금 규모조차 논란이 이는 상황이다.

16일 <매일노동뉴스>의 취재 결과 이랜드파크는 지난해 10월 애슐리에서 불거진 임금체불로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부터 최소 200억원(고용노동부 추산 1년치 체불임금 84억원을 3년치로 환산한 금액)에서 최대 900억원의 인건비를 부당한 방법으로 편취해 이득을 남겼다. 2003년 1월 애슐리 분당점을 시작으로 영업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20대와 30대 청년의 임금을 갈취한 ‘역대급 블랙기업’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이랜드 나쁜 버릇에 고객 지갑 닫아

실제 이랜드파크 대표 브랜드인 애슐리의 브랜드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소장 구창환)가 지난해 12월 애슐리의 브랜드 평판지수를 조사한 결과 같은해 1월과 비교해 15.79% 하락했다. 연구소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언론·SNS·블로그·커뮤니티에 애슐리가 노출된 이슈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긍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면 지수가 높아지고,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면 지수가 낮아지는 식이다.

지난해 1월 애슐리의 브랜드평판지수는 72만8천996이었는데 같은해 12월에는 61만3천899로 15.79% 낮아졌다. 업계는 지난해 10월부터 애슐리 아르바이트생과 정직원(계약직)에 대한 임금체불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정여론이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창환 소장은 “임금체불 사건이 애슐리의 브랜드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굉장한 영향을 미쳤다”며 “애슐리뿐 아니라 이랜드파크 계열사 모두 브랜드점수가 낮아졌고, 인터넷과 SNS를 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애슐리에 가는 걸 꺼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애슐리 주요 고객은 청년인데, 주고객의 임금을 착취한 셈이어서 청년들의 분노가 크다”며 “이랜드파크의 이중적인 행태가 청년 소비자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로기준법 우습게 보다 폐업 각오할 수도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28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이랜드파크 임금체불 문제가 19대 대선 청년·노동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지난해 체불임금은 전년보다 9.95% 증가한 1조4천286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랜드파크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그룹 유통부문을 맡은 이랜드리테일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앞서 이랜드파크의 3년치 체불임금 지급내역을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체불임금 문제를 청산하기 전까지 상장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5월 상장을 통해 그룹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나선다는 이랜드리테일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구창환 소장은 “회사 내부가 휘청거리는 데다, 국회 청문회까지 앞두고 있어 기업 리스크 관리가 전혀 안 되는 멘붕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랜드파크 임금체불 사태는 근로기준법을 중요시하지 않는 반노동 정서 때문”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근기법을 우습게 보는 사용자들을 일벌백계하고, 최소한 법은 지키자는 정서가 경영자들에게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