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광택 철도노조 청량리시설지부장

지난해 창문에 매달려 일하던 전자제품 수리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고,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청년이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모두 간접고용 노동자다. 대기업은 외주화로 업무뿐만 아니라 위험까지 비정규직에게 떠넘겼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를 바라는 기대는 차고 넘친다. 안전사회를 여는 열쇠는 노동자들이 쥐고 있다. 일자리가 안정적이어야 집중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안전업무 외주화는 분명 독이다. <매일노동뉴스>가 대기업 외주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네 차례로 나눠 지면에 싣는다. 위험업무를 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 감춰진 노동을 드러내고, 변화를 이끄는 작은 물결이 되기를 기대한다.<편집자>


최근 철도현장에 외주화 광풍이 불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선로 유지보수 분야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외주위탁업체가 두 사업소에 들어와 있는데 전체 업무 중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까지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파업 복귀와 노조 선거를 틈타 직종 구분 없는 대규모 외주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에 안산선 유지보수 외주위탁이 강행돼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서울지역 시설노동자들은 상록수역 앞에서 한 달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 간접고용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 실태를 살펴본 결과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왜 철도공사는 직접적으로 작업을 지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정직원을 없애고, 지시와 통제가 힘든 도급 직원을 선호하는 것일까. 정부의 공공기관 민영화·경영효율화 정책과 이를 위한 일방적 정원 감축, 총액인건비 삭감, 경영평가 불이익이 직접적 원인이다.

철도공사는 공익사업체다. 민간사업체와는 다르게 경영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국민의 이동권을 위해 요금인상을 억제하고 산간벽지까지 노선을 유지해 왔다.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운영이익만으로 인건비와 운영비가 충당되지 않으니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해서 정원을 감축하고, 그에 따른 총액임금제를 무조건 따르라는 지침을 내렸다.

신규노선이 확대되는데도 신규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게 하니 철도공사는 한편으로는 인력효율화로 안전업무를 생략하거나 주기를 연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주위탁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국토교통부가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온 철도 분할을 위한 조직 슬림화에도 부합하니 그들로서는 일거양득이다. 게다가 1~2년씩 계약을 반복하니 맘에 안 들면 언제든 업체를 내쫓을 수도 있다. 국토부와 철도공사로서는 잘못된 정책에 제동을 거는 노조에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만족스럽겠는가.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도급업체는 계약금에서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남은 것을 수입으로 가져간다. 인건비를 아끼려 정규직 대신에 계약직을, 청장년층보다는 노령층 채용을 선호한다. 미래도 불투명하고 고되고 힘든 일자리에서 청춘을 바칠 청년을 어디서 찾겠는가. 실제 안산선 유지보수업무를 위탁받은 업체의 현장직원 평균연령은 63.7세나 된다. 레일이나 침목 같은 중량물을 취급하는 시설 유지보수를 노령층에 맡기면서 작업 능률이나 질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철도안전 위험요소로 자리 잡아 갈 것이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외주확대는 이미 최악의 상황인 청년실업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이미 인력감축과 외주확대가 결합되면서 철도산업에서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외주화는 경영효율화 이름으로 철도산업 전반에서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2013년 철도민영화 반대파업에서부터 지난해 성과퇴출제 저지파업에 이르기까지, 철도노동자들은 힘겹지만 당차게 달려왔다. 많은 노동자와 국민의 지지와 응원을 받았고,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탄핵 국면에 따른 어수선한 정세를 틈타 철도 분할민영화와 비정규직 확대를 위해 전면적 외주위탁을 강행하고 있다. 호락호락 넘어갈 우리 철도노동자가 아니다. 외주위탁을 막고 철도 공공성을 지키며, 나아가 신규인력 충원을 위해 철도노동자는 끈질기게 싸울 것이다. 안산선 유지보수 외주화 저지투쟁, 고양고속차량 KTX 경정비 외주화 저지투쟁, 분당선 중정비외주화 저지투쟁과 같이 현장에서부터 이 싸움을 이겨 나갈 것이다. 철도의 미래는 철도노동자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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