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소망)

과거 탄광·석산 등의 광업에서 종사한 자의 경우 진폐증으로 폐기종·폐암 같은 합병증으로 오랜 기간 입원 또는 통원의 형태로 2010년 11월21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전부터 수년간 요양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진폐증 환자는 합병증으로 요양대상으로 결정된 경우와 요양대상으로 결정되지 않은 경우로 구분된다.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진폐의 병형과 심폐기능의 정도에 따른 장해급여의 지급 여부 및 시기의 문제다.

해당 문제와 관련한 근로복지공단의 판단과 법원의 판단이 서로 배치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진폐증으로 요양 중인 환자의 경우 장해급여는 '치유' 후 신체장해가 있는 경우에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폐 합병증으로 요양대상으로 결정돼 요양 중인 경우 치유 상태가 아니라 계속 요양이 필요한 상태이므로 장해급여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이 일반 상병의 경우와 달리 진폐증 요양대상자의 경우 '치유'에 대한 판단을 근로복지공단과 달리 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11월21일 개정 전의 산재보험법을 보면 진폐증으로 인한 장해등급은 “진폐증 병형”(제1형, 제2형, 제3형, 제4형)과 “심폐기능 장해”〔고도 장해(F3), 중등도 장해(F2), 경도장해(F1), 경미한 장해(F1/2)〕 두 가지 요소로 판정하고 있다(장해등급기준). 진폐증 병형이 제1형 이상인 경우로서 폐기종·기흉 등 합병증이 있는 경우 등에 있어 요양급여의 지급대상(요양기준)으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장해등급기준 중 일정한 경우 합병증이 없는 진폐장해등급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요양급여 지급대상은 아니지만 장해급여 지급대상이므로 결국 진폐증의 경우에는 요양급여를 받지 아니하고도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그 진행을 계속하는 한편 그 진행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위의 여러 규정을 살펴보면 진폐증의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해 진폐장해등급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반드시 완치되거나 치료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장해급여를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진폐근로자의 복지증진을 하도록 한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진폐병형이 1형 이상으로 확인되면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 당시의 심폐기능 장해정도를 보조적 지표로 참고해 판정해야 한다. 법원은 진폐 합병증에 대한 요양을 이유로 치료 및 개선 가능성이 없는 진폐증에 대한 장해 인정을 거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 1999.6.22. 선고 98두5149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3두1966 판결,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두48242 판결 참조).

법원은 이와 동일한 사안(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두48485 판결)에서 최근까지도 진폐요양환자의 경우 요양 중임을 이유로 증상이 고정되지 않아 장해급여 지급사유가 발생되지 않았다는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고 있는 바 조속한 시일에 많은 진폐요양환자들의 장해급여가 지급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공단은 설령 법원의 판결취지와 같이 요양 중이라도 장해급여 청구권이 발생한 것으로 볼수 있더라도 이미 요양 당시 청구권이 발생된 시점으로부터 3년이 경과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하나, 그 당시에는 장해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진폐정밀진단을 받으면 요양대상 여부와 장해정도를 판정해 재해자에게 알려야 하고, 장해급여 대상으로 결정된 경우에는 장해급여를 청구하도록 알려야 하나, 공단은 요양 중인 만큼 장해급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요양대상 결정 통지만을 할 뿐이다. 장해급여 지급대상 여부에 대한 결정과 장해급여 청구 안내를 받지 못했으므로 장해급여 청구권을 현실적으로 행사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공단은 지금까지 치유 후 장해급여를 지급한다는 이유로 장해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진폐환자로 하여금 진폐증에 대한 장해급여 청구권은 비로소 합병증 치유 후 요양종결 후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믿게 해 놓고 이제 와서 요양 당시에 장해급여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단의 행위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 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했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8.9.18. 선고 2007두217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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